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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그림 속 감춰진 화가의 사랑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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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그림 속 감춰진 화가의 사랑과 이별

입력
2007.06.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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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명 풍경화가 아서 스트리턴(1867년~1943년ㆍ사진 오른쪽)의 대표작 중 하나인 <봄> 화폭에 자신의 젊은 시절 연애 흔적을 몰래 숨겨 놓은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호주의 화랑 직원은 오래 전 훼손된 <봄> 에 대한 복원작업을 하던 중 뜻밖에도 그림 속에 사랑의 밀어와 신비의 여자 나신상을 찾아냈다.

<봄> 은 스트리턴이 1890년 완성한 작품으로 남자 어린이들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정경을 담은 것으로 호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전한 바에 따르면 20세기 초 <봄> 의 소장자가 친구들을 자택으로 초청해 함께 술을 마신 뒤 작품에 있는 소를 향해 총을 쏘는 내기를 하는 바람에 모두 14곳에 탄흔이 생겼다.

여러 경로를 거쳐 작품을 소장하게 된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의 복원 전문가 마이클 바코 콕스는 1년이나 걸린 보수작업을 하면서 현미경을 통해 작품의 곳곳을 살펴 보았다. 그러던 중 화폭 위에 ‘플로리 워커는 내 애인’이란 문구가 여러 차례 쓰여 있고 ‘플로리와 스마이크(스트리턴의 아명)’란 글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또 X선 투시검사를 통해 더 큰 비밀이 그림에 숨겨져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나체의 젊은 여인 모습 위에 <봄> 이 덮혀져 있던 것이었다.

화폭 상의 ‘플로리는 내 애인’ 등 글씨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림 속에서 의외의 발견을 한 바코 콕스는 흥분해 나신의 주인공 신원과 스트리턴의 120년 러브스토리를 밝혀 내기로 결심했다.

호주 하이델부르크파 미술 운동의 선구자인 스트리턴의 화풍은 프랑스 인상파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봄> 은 그가 24세 때 그린 것이다. 당시 스트리턴은 멜버른에 거주했다.

바코 콕스의 추적 조사에 의하면 스트리턴의 미술학교 친구 중에 루시 워커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루시 워커의 출생과 사망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그에게는 ‘플로렌스 워커’(사진 왼쪽)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지난주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은 플로렌스의 후손에 연락을 취해 그와 스트리턴이 연인 사이였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플로렌스 의 후손들이 아직도 스트리턴이 선물한 <여름의 비상> 이라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도 알아냈다.

<여름의 비상> 에는 가시밭 속에 묘령의 여인이 그려져 있다. 스트리턴의 손자 올리버 스트리턴은 <여름의 비상> 이 할아버지와 플로렌스의 안타까운 이별을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버 스트리턴은 “화폭 위에 묘사된 가시는 할아버지가 처음 실연을 당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벌써 두 사람의 장래에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플로렌스는 부유한 가정 출신인 반면 가난한 미술학도인 스트리턴은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다. 때문에 그는 <여름의 비상> 을 통해 플로렌스와 맺어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플로렌스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며 스트리턴은 첫사랑을 잃은 상처 탓인지 41세가 돼서야 결혼했다.

이정흔 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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