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첨삭지도는 학생의 논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지도요소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실제로 확인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도 교사에게 첨삭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사가 첨삭에 들이는 공과 시간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첨삭 지도의 효과를 살리면서 교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방법의 하나가 학생이 첨삭의 주체가 되어 상호첨삭을 교사와 함께 수업 시간에 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첨삭은 논술문을 쓰는 단계를 생각하여 3단계로 운영할 수 있다. 1단계는 출제 의도와 논제, 제시문 분석에 대해 글을 검토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사고 과정과 논증에 관해 검토하는 단계이고 마지막 3단계는 표현력의 요소인 단락이나 문장, 단어 수준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우선 1단계의 첨삭 과정을 함께 해 보자. 예시 논제는 인간의 인간관과 생활 태도에 대해 다각적인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논술해 보라는 것이 출제 의도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생각을 쓰되 제시문에서 결정론적 관점과 인간의 자유의지적 관점을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경지식을 동원하여 (가),(나),(다)의 글을 각각 비판하는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도하는 것이 좋다.
학생 글은 ‘서두, 본문1, 본문2, 본문3, 맺음말’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논제에서 요구하는 비판적인 글을 작성하는 형식으로는 최적의 구성인 것이다.
<서두> 에서는 예시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였고 마지막 문장에서 글쓴이의 입장을 제시하였다. <본문1> 에서는 제시문 분석, 반박, 반례 제시, 주장 강조의 형식을, <본문2> 는 (나) 제시문 분석, 반박, 반례 제시의 형식을, <본문3> 은 제시문 분석, 반박, 반대 논거 제시의 형식을, <맺음말> 은 사례 제시와 인간의 의지적, 주체적 노력의 중요성 강조의 논리적 전개를 보이고 있다.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진행한다. 맺음말> 본문3> 본문2> 본문1> 서두>
2단계로 논리 면인데, 주장과 논거의 관계, 심층적 논의를 살피는 단계이다. 즉, 인간을 바라보는 지리환경결정론, 운명론적 생활태도, 생물학적 인간관 등의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비판하여야 한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심층적인 논의를 전개하고자 애쓴 점이다.
<서론> 에서 생활 속 말을 사례로 들어 운명론적 사고를 지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상투적인 사례이기에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서론>
반면에 (가)제시문의 반증으로 제시한 ‘두바이 사막의 개발상’은 (가)의 지리환경 결정론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로 아주 적절하다. 반론을 예상하며 자신의 주장을 상술하고 강화한 점은 상당히 돋보이는 심층적 논의의 전개로 볼 수 있다.
(나)에서는 비판의 근거로 ‘수능 만점자’의 예를 들었지만 다소 상투적인 사례가 되지 않나 한다. 의문형의 어법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문장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차분히 전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반박의 자료로는 결론에 든 헬렌 켈러의 사례가 훨씬 더 신선하다는 생각이다.
(다)에서 반박의 자료는 예시라기보다는 상술로서 논거가 추상적이고 주장의 나열에 머물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적 결정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고 논의를 심화시키는 것이 적절하겠다. <결론> 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사례를 들고 주체성의 각성을 강조하였다. 결론>
결론은 앞의 논의를 마무리하고 제언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데, 사례를 든 것은 적절치 않다. 또 마지막 문장은 앞의 주장이 되풀이 된 당위적 어조로 마무리되어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 단계로 문단의 구성이나 문장 수준을 볼 때, 학생의 글은 다듬어야 할 곳이 많다. 문단구성 면에서 본론 1의 경우 ‘제시문 분석-반박-사례제시-주장 강화’의 구성인데, 이 중 반박과 사례 제시의 순서를 바꾸고 비슷한 뜻의 문장이 중복된 점을 고쳐본다면, 단락 전체의 의미가 명료해지고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문이나 주술 호응이 어색한 문장, 번역투의 문장 등도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김진익ㆍ경기 수원 수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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