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양복 바지를 배상하라며 한인 세탁업자를 상대로 수백억대의 소송을 제기한 미국 판사가 첫 재판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소송을 제기한 로이 피어슨 워싱턴 D.C. 행정법원 판사는 한인세탁업자협회 회원들과 각종 신문ㆍ방송 매체들이 가득 메운 법정에서 증언 하던 중 여론의 뭇매가 못내 서러웠는지 눈물을 쏟으며 휴정을 요청, 법정을 뛰쳐나갔다.
그는 미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재판에서 “이번 소송은 워싱턴의 모든 주민들을 위해 부당한 상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인 정모씨가 운영하는 세탁소 ‘커스텀 클리너스’가 ‘고객만족 보장’, ‘당일 수선’이라는 광고표지를 가게에 붙여놓고도 여러 차례 바지를 분실한 것은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이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 분실한 다른 고객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그러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주디스 바트노프 판사는 피어슨 판사의 주장에 대해 “당신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 개인일 뿐이다. 당신 자신을 위해 손해배상을 받기 원하고 있고 그것이 전부다”라고 일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피어슨 판사는 당초 세탁소 주인 정모씨를 상대로 6,5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여론 때문인지 지난주 배상액을 5,400만달러로 낮췄다.
바지를 분실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소비자 보호법 위반에 대한 보상액으로 하루 1,500달러씩을 청구했으며, 그 외에 감정적 피해보상 50만달러, 교외에 있는 세탁소를 이용하는 데 드는 10년치 차량 렌트 비용 1만5,000달러 등을 포함시켰다. 법정 대리인 없이 혼자 재판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54만2,500달러의 소송비용까지 청구했다.
abc 방송은 “5,400만달러는 피어슨 판사가 잃어버린 800달러짜리 바지 8만4,115벌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일렬로 세워놓으면 에베레스트산의 8배가 넘는 높이”라고 비꼬았다.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측 법정 대리인인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피어슨 판사가 최근 이혼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한 분노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가정을 향해 터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원고가 세탁소 서비스 광고를 이상하게 해석해 소송을 제기한 아주 단순한 사건”이라면서 “피어슨 판사는 패소 시 세탁소 주인에게 손실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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