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할 땐 뭐든지 해준다고 하더니 이제는 쥐꼬리만한 보상금만 받고 나가라고 합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예정지역인 동탄면 방교리에 위치한 에어백 생산업체 오토리브만도. 회사관계자에게 “신도시 때문에 땅값이 오르지 않았냐”고 묻자 “공장이 안 돌아갈 판인데 무슨 땅값이냐”며 얼굴을 붉혔다.
이 업체는 경기도의 권유로 460억원을 투자한 스웨덴계 회사. 하지만 최근 동탄2신도시 발표 이후 공장가동을 위한 필수시설을 짓지 못하게 되자, 중국이전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2만여평의 회사부지가 신도시에 수용될 예정이어서 신축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이전 얘기가 돌면서 350여명 직원들도 술렁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에 위치한 볼보트럭 코리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회사는 어렵게 동탄에 새 둥지를 튼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이전지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덕분에 본사에서 어렵사리 따 낸 투자금 150억원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동탄2신도시에 수용될 예정인 국내외 기업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미아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내에서 대체부지를 찾지 못해 외국이전을 고려중인 회사들도 상당수여서,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산업공동화’란 역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화성시에 따르면 현재 동탄2신도시 예정지역내 입주한 공장은 620여개. 행정중심 복합도시지역 수용회사가 180개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이들 공장은 주변에 갈 곳이 없다. 우선 보상은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신도시 예정지 인근 땅은 이미 개발호재가 반영돼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여서 주변에 보상금으로 대체토지를 찾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설령 보상금이 충분하다 해도 수도권에 새 공장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공장신축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2년 정도 걸려 그 동안의 영업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더구나 수도권은 과밀억제시책에 따른 강도 높은 규제정책으로, 공장을 지어 돌리려면 40여개가 넘는 인허가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간이 곧 돈’인 기업들로선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크윙은 어렵사리 인허가 절차를 거쳐 첫 삽을 뜨자마자 신도시계획이 발표되면서 공사를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설립 허가를 받는데 2년이 걸렸는데, 또 지긋지긋한 인허가를 받아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편이 낫다는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주택의 경우 조성된 신도시내에 토지로 보상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중이지만, 기업은 현금보상 외에는 아무런 이주대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보상을 둘러싼 심각한 마찰로 신도시조성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비교적 상황이 좋은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경우에도 주택 보상률은 95%에 달하는 데 반해 공장은 60%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영업보상 기간 연장, 기업 이주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보 가람동국감정평가 대표는 “신도시 개발로 수용되는 회사는 비싼 땅값과 각종 규제로 인해 수도권내에서 대체지를 찾기는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신도시 인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입주 우선권을 주는 등 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안종범(경제학) 교수는 “수도권규제는 산업시설의 지방이전 효과보다는 공장공동화 현상과 외자기업의 투자기피만 부추길 뿐”이라며 “차제에 최소한 환경오염 가능성이 적은 산업에 한해서라도 수도권 규제를 과담히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유인호기자 yih@hk.co.kr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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