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화여대 등 일부 사립대가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고교 내신 상위 3~4개 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슬그머니 철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들의 움직임을 간파한 교육인적자원부가 행ㆍ재정적 제재 등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히자 ‘없던 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를 앞두고 혼란만 부채질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거세게 비난했고, 대학 내부에서도 “경솔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아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최근 2008학년도 대입 전형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신 상위 3~4개 등급을 만점 처리하는 안을 검토했다.
정시모집에 한해 내신 4등급이나 3등급 이상을 받은 학생들은 만점을 주겠다는 발상이다. 내신 4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학교 성적이 40% 안에만 들면 모두 만점을 받는다는 뜻이다.
연세대 이화여대는 1~4등급, 성균관대 한양대는 1~3등급을 만점 처리 등급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K대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내신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나왔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서자 해당 대학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말을 바꿨다. 이화여대는 이날 오전 긴급 해명자료를 내고 “내신 등급 논의는 대학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바 없다”고 후퇴했다.
진원지로 지목된 이 대학 황규호 입학처장도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라고 말을 돌렸다. 연세대 측도 “외유 중인 입학처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러섰다.
교육부는 파장의 확산을 우려한 듯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김광조 차관보가 나서 브리핑을 갖는 등 직접 대응했다. 김 차관보는 “입시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일부 사립대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학생부 영향력을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이어 “새 대입안의 핵심인 학생부 중심 전형 취지를 어긴 대학은 행ㆍ재정적 지원과 연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내신 등급을 갖고 ‘장난’을 치는 대학은 지원금을 깎고 정원을 감축하는 등 강력 제재하겠다는 의미로, 대학에 대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일부 사립대가 일단 후퇴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완전 ‘백기’를 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입시학원 평가이사는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태에서 주요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든 내신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 특정 등급 이상을 만점 처리하진 않더라도, 내신 실질반영률은 높아야 10% 선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서울대는 4월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내신 1~2등급에 같은 점수를 부여키로 했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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