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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높다" 정부-업계 책임전가/ 공장도 가격은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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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높다" 정부-업계 책임전가/ 공장도 가격은 뻥튀기?

입력
2007.06.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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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여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면에는 정유업계의 투명하지 못한 영업관행도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장도 가격이다. 정유사들의 경우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장도 가격을 실제 거래 가격보다 부풀려 발표함으로써 주유소와 함께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치솟는 고유가의 원인에는 배보다 큰 배꼽인 세금 뿐 아니라 석유 제품 유통 과정상의 불투명성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산자부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석유제품 가격동향을 발표할 때 공장도 가격의 경우 5개 정유사가 밝힌 주유소 및 대리점 판매가를 취합해서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 제품 등을 공급할 때에는 공장도 가격보다 5~10%(ℓ당 30~60원)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 제품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인해 주유소의 구매협상력이 더 큰 상태”라며 “정유사의 입장에선 자사의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주유소가 현금 구매 또는 대량 구매할 경우 공장도 가격보다 할인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실제 거래 가격보다 공장도 고시 가격이 더 높으면 주유소는 그 만큼 부당한 이익을 챙길 여지가 생긴다. 공장도 가격이 오를 때 소비자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어 마진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유사의 입장에서 봐도 언뜻 보면 손해인 것 같지만 직영 주유소를 통해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부수적 효과도 없지 않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이에대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을 넘길 때 주유소의 판매량과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정유사가 미리 할인폭을 감안, 공장도 가격을 부풀려 내 놓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5대 정유사의 이러한 이중 가격 구조로 1997년 이후 국민이 추가 부담한 기름값 규모가 수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이 고도화 설비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가격 보다는 고도화 비율로 정제 마진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도화 설비란 원유를 일반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나 중질유를 다시 분해, 고부가가치의 휘발유와 등ㆍ경유로 뽑아내는 장치로 투자비가 일반 정제 시설의 10배가 넘는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은 업계 3위지만 고도화 비율(26%)을 높이는 데 주력해 온 에쓰-오일의 경우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이다.

이태복 5대 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정부가 먼저 10%포인트의 유류세를 줄여야만 한다”며 “정유사도 국제 유가 상승분을 국민에게 모두 전가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원가 절감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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