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생 친구들과 예전 소설 한 편을 읽어나가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여기 나오는 이 ‘지랄탄’이라는 것이 뭐지요? 나는 좀 난감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좀처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페퍼포그라고 혹시 아니? 장갑차처럼 생긴 건데, 시위진압용으로 만든 차야. 거기에서 데모대를 향해 발사되는 걸 ‘지랄탄’이라고 했어. 땅에 떨어진 다음에 폭죽처럼 최루가스를 뿜어대서 ‘지랄탄’이라고 했지.
그럼, 효과가 좀 있었나요? 88년 생은 두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한 번 맞으면 노란 위액을 쏟을 정도로 고통스럽지. 그렇게 답변하려다가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쓴웃음만 지었다.
선생님도 맞아보셨어요? 어떤 느낌이에요? 정말 숨도 못 쉴 정도예요? 88년 생 친구는 계속 질문을 해댔다.
내가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자, 또 다른 88년 생 친구가 나섰다. 넌, 그것도 모르니? 왜 우리 지난번 남영동 소소분식에서 최루탄 라면 먹은 적 있잖아. 후추 잔뜩 들어간 라면. 그거랑 비슷하대.
그제야 내게 계속 질문을 해대던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그러곤 혼자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조용히 제 친구에게 속삭였다. 이따 최루탄 라면 한 그릇, 오케이? 오케이! 6월 항쟁 이십 주년을 맞는 풍경이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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