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열린우리당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 정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범여권의 유력 주자 가운데 노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아 비판했던 주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대선주자 스나이퍼(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제1 과녁은 고건 전 총리였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말 범여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전 총리를 공개 비판하자, 한 달도 안돼 고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권의 유력 주자로 떠오르자 노 대통령은 2월 말 ‘정치 대통령론’을 언급하며 깎아 내렸다. 정 전 총장은 4월 말에 자진 낙마를 선택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김 전 의장도 12일 중도 하차했다.
이제 노 대통령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범여권 주자 중에서 살아 남은 사람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뿐이다.
노 대통령은 비노 진영 주자를 향해서는 잇달아 ‘말 폭탄’을 터뜨렸지만 친노 주자들에게는 비판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워온, 먼 쪽의 주자들부터 차례로 낙마시키는 전략을 편 셈이다.
공교롭게도 불출마 선언을 한 세 주자는 모두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다. 손 전 지사도 KS 출신이며, 정 전 의장도 서울대를 졸업했다. 줄곧 비주류 행로를 걸어온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KS 출신에 대한 묘한 개인적 감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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