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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표 차

입력
2007.06.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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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의 위력을 아시는가. 표결을 의사결정의 절차로 정한 제도에서 1표가 역사를 결정지었던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국회 의사과가 연구한 몇 가지 인상적인 경우만 봐도 그렇다. 1649년 영국 왕 찰스 1세가 처형된 것은 의회 표결에서 단 1표 차이로 가결된 결과였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소추가 부결된 것도 한 표 차이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어땠을까. 1789년 국회에 구성된 특별법정은 한 표 차이로 루이 16세의 사형을 결정했다. 1875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는 역사적 사건이 353 대 352의 한 표 차 결과로 가능했다.

■가장 실감나는 사례는 1923년 독일에서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세계 역사를 바꾼 나치당을 장악하게 된 것이 단 한 표 차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알면 표결제의 한 표가 무엇인지 정신이 바짝 들 수 밖에 없다.

우리 국회사에서 이 만한 한 표의 결정력을 기록한 적은 없다. 현행 국회 표결은 전자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적 실수가 생기는 경우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자투표는 표결 선포와 동시에 찬ㆍ반, 또는 기권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가 작동한 집계 결과가 전광판에 바로 나타난다.

■그러나 자신의 표결 행위를 번복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표결 정정을 위한 국회법의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 한한 경우이다. 한 표가 결정적 상황일 때는 인적ㆍ기계적 실수에 의한 표결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즉, 한 표의 중요성, 그 결정력은 전자 투표제에서 더 실감난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 한 표를 대선의 유권자 표에 대입하면 어떨까.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57만 여 표, 2.3%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 의회의 한 표와 대중의 57만 여 표를 수리적으로 환산하면 큰 차이가 없을 수치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구도’에 의한 대선을 말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 여권의 단일 후보를 낸다면 ‘시소 게임’이 가능하다고 공언하는 것이 한 표의 그런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 표의 그런 결정력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 그러려면 지금의 일방적 한나라당 주도가 꺾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인위적 구도에 따라 마음을 그리 바꾸겠는가라는 의문이 선거 후 연구과제가 될 법 싶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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