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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남북 합작 최강 '컴바둑'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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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남북 합작 최강 '컴바둑' 나온다

입력
2007.06.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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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최강의 인공 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금년 말께 완성된다. 중견 프로기사 김찬우 4단(35)이 개발의 주역이다. 키가 커서 달게 된 별명(타조)답게 단연 발 빠른 행보다.

북한 관련 사업체인 포원비즈의 은별 담당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 사범은 요즘 한 달에 두 번씩 개성 공단 남북 경협 북측 사무소를 방문한다. 북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과 만나 새로운 바둑 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다. 세계 최강인 남한의 오프 라인 바둑 기술과 북한의 컴퓨터 바둑 기술이 만나 세계 제일의 바둑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서울의 김찬우와 평양의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정보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보름마다 한 번씩 중간 지점인 개성에서 만나 그 동안의 연구 개발 성과를 보고하고 개선점을 보완해 가는 방식이다. 김찬우가 바둑 전문가의 입장에서 시제품을 작동시켜 모든 기능을 세밀히 검토한 후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 북한 측은 이를 수용해 다음 만남 때까지 프로그램을 다듬는다.

김찬우가 바둑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북한이 만든 ‘은별’을 수입해 시판하면서부터. ‘은별’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세계 컴퓨터 바둑 대회에서 우승, 일본 기원으로부터 아마 초단 인허를 받은 세계 최강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5월 그가 개성에서 ‘은별’을 수입하기 위해 북한 개발팀과 만나 프로그램 성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 계기였다. 평소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 자리에서 기술적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했다.

북측은 “컴퓨터 전문가 수준의 정확한 지적”이라며 매우 반기는 한편 “정식으로 프로그램 개발 작업에 참여해 달라”고 제의해 온 것이다.

이후 작년 9월에 김찬우 사범과 김병수 포원비즈 대표가 평양을 방문, 조선컴퓨터센터 관계자와 1주일간 기술 협의를 가진 것으로 사업은 무르익어 갔다. 12월에는 중국 선양에서 ‘은별’ 개발을 맡았던 북한 프로그래머들과 만나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마련됐다.

올 2월부터는 양측이 개성 공단에서 만나 본격적인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새로운 제품은 과거 ‘은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획기적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특히 상대의 착수 의도를 파악하는 기능이 엄청나게 강화됐다. 간혹 사람이 고의적으로 엉뚱한 착점을 할 경우 컴퓨터도 따라서 엉뚱한 착수를 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졌을 뿐 아니라, 형세 판단과 계가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

금년 중에 아마추어 초~2단 수준의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아마추어 5~6단 수준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은별’이 실제로 5급 정도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흔히 바둑계에서는 컴퓨터가 사람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거의 정설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그동안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바둑 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찬우 사범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이 진행된다면 바둑 역시 체스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한대의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 시기는 앞으로 대략 10년 정도, 아니 어쩌면 더 빠를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이 달 중으로 대국 프로그램에 앞서 형세 분석 프로그램을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거의 프로 기사 수준의 형세 분석 및 계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TV해설이나 컴퓨터 대국 시에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형세 판단이 가능하다.

또 특정 상황에서 대국자의 잘못된 착수를 지적하거나 주변 환경에 맞는 정석을 찾아주는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서 바둑 교육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력 수준을 조절할 경우, 입문부터 유단자까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박영철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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