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대선 불출마와 함께 탈당을 선언한 것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범여권 통합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결단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겐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 참여를 재촉하는 압박이 되면서 동시에 우리당과 민주당 일각, 시민사회진영의 대통합 논의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김 전 의장의 불출마로 범여권 대선후보 대결 구도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총리가 19일쯤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이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접적 계기는 지난 10일 대선주자 연석회의 무산이었다. 그는 당초 연석회의 참여를 약속했던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이 불참하자 측근들에게 "연석회의 제안이 자꾸 개인적인 욕심 때문인 것으로 비치는 것 같다"는 말로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고 한다.
범여권 내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진영을 묶어서 범여권 대통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김 전 의장이 거론돼온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김 전 의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최근 1~2% 가량으로 계속 정체돼온 것도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불출마 및 탈당 선언은 14일 우리당 지도부의 비상대권 종료와 맞물려 집단 탈당을 촉진하면서 사실상 우리당의 해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정대철 고문과 문학진 의원 그룹, 인천ㆍ경기지역 및 충청권 의원 30∼40명이 14일 이후 집단탈당을 준비 중이어서 우리당 의석 수는 조만간 50∼6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은 또 '소(小)통합'식 합당에 합의한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우리당을 탈당한 초재선 의원들이 이날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면담, 대통합 합류를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국민경선 참여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당 내 최대 계파의 수장 중 한명인 김 전 의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다른 주자들이 국민경선 외에 다른 방식을 통해 범여권 단일후보 자리를 거머쥐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김 전 의장은 범여권 대통합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입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 의원은 "김 전 의장이 노 대통령을 향해 국정운영에 전념해달라고 촉구한 건 마지막 충언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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