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비가 많이 내려도 늘 물이 부족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 지형이어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해안가 샘에서나 솟아났기 때문이다.
기묘사화를 겪고 제주에 유배된 김정(1486~1521)이 ‘한라산과 제주 고을에서는 샘과 우물이 매우 적어서 주민들이 5리나 되는 지역에서 물을 길어오는데,,,하루에 한두번 정도 길어오는데…반드시 나무통으로 등에 지고…’(<제주풍토록> )라고 기록했듯, 제주 사람들은 매일 물을 길어야 했다. 제주풍토록>
국립민속박물관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물을 길어 운반할 때 사용한 질항아리 허벅을 모아 13일부터 민속박물관에서 <허벅과 제주질그릇> 기획전을 연다. 8월 15일까지 계속되는 기획전에는 허벅을 비롯해 대항, 양춘이, 웃통개, 알통개 등 제주도의 다양한 통개류(항아리류) 220여 점과 사진 자료 90여 점이 선보인다. 허벅과>
허벅은 일반적으로 배가 부르고 목이 좁았다. 물은 많이 넣되 출렁거리면서 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 그 허벅은 대나무로 만든 구덕에 넣어 등에 지고 다녔다. 허벅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양했다. 크기가 가장 큰 바릇허벅, 열대여섯살 소녀가 사용한 대바지(대배기), 어린 아이가 사용한 애기대배기 등이 있었으며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의 차이에 따라 등덜기, 방춘이, 능생이 등으로도 불렀다. 굽는 온도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랐다.
생명수를 담은 허벅은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급속히 사라졌다. 특히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1960년대 말에는 허벅 가마마저 문을 닫았다.
민속박물관의 관계자는 “허벅에 담긴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삶의 지혜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을 대상으로 허벅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참가 희망자는 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면 된다.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