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속까지 근육으로 꽉 뭉쳐 있을 것 같은 10대 소년들을 위한 영화가 나왔다. <트랜스포머> (28일 개봉. 12세관람가)는 “영화는 신나게 두들기고 깨부수는 액션이 최고”라는, 10대들의 ‘불끈한’ 정신세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사색을 담당하는 대뇌를 끄고, 간뇌 일부(시각)와 숨골(심장박동과 호흡)만 켜고 봐도 별 지장이 없다. 트랜스포머>
영화는 어린시절 건담 로봇을 만지작거리며 가졌을 법한 공상을 스크린 위에 실사(實寫)로 펼쳐 놓는다. 인류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능과 힘을 가진 외계생명체 ‘트랜스포머’가 정의를 수호하는 ‘오토봇’ 군단과 악을 대변하는 ‘디셉티콘’ 군단으로 나뉘어 지구에서 전쟁을 벌인다. 지구에 있는 에너지원 ‘큐브’를 차지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
기계로 변신해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트랜스포머들은 자동차와 헬기, 전투기 등으로 바뀌어 인류의 삶에 침투한다. 구닥다리 중고차 ‘범블비’를 산 샘(샤이아 라보프)은 어느날 자신의 차가 그냥 자동차가 아님을 알게 되는데…
할리우드 섹시 아이콘으로 떠오른 메간 폭스(미카엘라 역)와 선 굵은 연기로 한국 영화팬들의 인상에 남아 있는 존 보이트(켈러 역) 등이 출연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에게 눈길이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현란한 변신술을 자랑하는 로봇들.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 생산한 컴퓨터그래픽의 하이퍼리얼리티(극사실성)는 실사와 가상현실을 구분 짓는 것을 부질없게 만든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건담> 같은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세대에게, 웅장한 기계음을 발산하는 거대한 로봇의 진짜(?) 모습을 보는 순간은 감격에 가깝다. 어린시절 공룡에 푹 빠졌던 사람이 <쥬라기 공원> 에서 티라노 사우루스를 만났을 때처럼. 쥬라기> 건담> 파이브>
<트랜스포머> 는 미국(7월 4일)보다 엿새 앞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마이클 베이(44) 감독은 1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는 한국이 중요한 신흥 영화시장으로 떠올랐다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일본이나 홍콩에서 아시아지역 시사회를 갖는 게 관례였다. 트랜스포머>
그는 영화 속 로봇들이 왜 GMC(제너럴모터스) 자동차로만 변신하냐고 묻자 웃으며 “2편을 만든다면 꼭 현대자동차를 쓰겠다”고 받아 넘겼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을 리메이크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관심은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괴물>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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