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삼키겠다며 ‘히든카드’를 선보였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웨스트에서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 참석, 10월께 선보일 맥킨토시 컴퓨터용 운용체제(OS)인 ‘레오파드’를 공개했다. 잡스가 공개한 레오파드의 일부 기능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부트캠프’다. 부트캠프란 맥킨토시 컴퓨터에서도 MS의 OS인 ‘윈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그 동안 ‘윈도’를 사용할 수 없었던 맥킨토시 이용자들도 자유롭게 윈도를 설치해 각종 윈도용 소프트웨어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맥킨토시용 소프트웨어만 고집했던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을 감안하면 이번 레오파드 공개는 파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애플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은 것은 MS 견제를 넘어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재 MS의 윈도는 전세계 PC용 OS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타이거’를 비롯한 맥킨토시용 운용체제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애플로서는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하기 힘든 만큼 윈도 이용자들까지도 끌어안아 맥킨토시 컴퓨터 판매와 더불어 레오파드 이용자까지도 늘리겠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잡스는 이와함께 인터넷 검색용 소프트웨어(웹브라우저)인 ‘사파리’도 함께 공개했다. 사파리는 맥킨토시용 OS 뿐만 아니라 윈도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MS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부상, MS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레오파드는 애플이 이달 중 미국에서 판매할 휴대폰인 ‘아이폰’과의 연동 기능도 갖고 있다. 즉 휴대폰에 저장한 음악, 이메일, 사진 자료를 맥킨토시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고, 반대로 컴퓨터 파일을 휴대폰으로 옮길 수도 있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함께 가져가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잡스의 레오파드 발표에 대해 휴대폰과 컴퓨터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 일원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레오파드는 미국에서 10월부터 12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한글판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