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 후보로 등록함으로써 70일 간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상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 결과에 불복해 탈당 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선 불복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두 후보는 퇴로가 막힌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
두 후보는 ‘아름다운 경선’을 약속했지만 양측의 갈등과 대립은 검증 공방 과정에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두 유력 주자가 모두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않다.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① '이명박 대세론' 흔들리나
대운하 비판과 BBK 의혹 제기 등 박 전 대표측의 검증 공세가 시작되면서 견고했던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일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9,9%, 박 전 대표는 23.7%의 지지율을 기록, 두 후보간 격차가 20.5%포인트(4월 26일조사)에서 16.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9일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41.3%)와 박 전 대표(24.9%)의 지지율 격차는 16.4%포인트 였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그간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도 속에 숨어 있던, 충성도 낮은 지지층이 검증 공방 과정에서 조금씩 빠져 나가면서 지지율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여러 여론조사에서 반복적으로 10% 이하의 격차로 나와야 하락 추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두 주자의 지지도 격차가 10% 미만으로 좁혀진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개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② '결정적 한방'이 있을까
박 전 대표측은 엑스파일 ㆍBBK사건 의혹 등을 제기하긴 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박 전 대표측이 직접 서류를 흔드는 식의 직공법은 피하고 있는데다, 뭔가 큰 폭로 거리를 갖고 있다는 징후도 아직은 없다. 이 전 시장측은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왔다”(정두언의원)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여권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이 심상찮다. 물론 이 전 시장측도 반격의 무기로 박 전 대표의 ‘X파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③ 당심과 민심의 괴리
전체 선거인단 23만 1,000여명의 50%를 차지하는 ‘당심’(당원ㆍ대의원 표심)의 향배도 중요 변수이다. 박 전 대표가 2년 여간 당을 이끌면서 지지 기반을 잘 다져놓았다.
당심에서의 비교 우위는 박 전 대표가 ‘민심’에서 앞선 이 전 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최근 대의원ㆍ당원쪽으로 무섭게 파고들면서 당심에서도 역전시켰다고까지 주장한다.
양측은 치열한 ‘조직 전쟁’을 펼칠 공산이 크며, 자칫 지나친 동원 경쟁으로 경선 판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④범여권 상황과 노무현 변수
노무현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개입과 야당 후보 비판이 두 주자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특히 여권 주자가 부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맞짱’ 뜨는 형국은 한나라당 주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 중도 성향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향배나 범여권의 통합 여부도 한나라당 주자들의 지지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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