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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후예 '가문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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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후예 '가문의 망신'

입력
2007.06.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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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을 잇기가 만만치 않네.”

프랑스 대혁명 시대의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후예가 10일 실시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셔 조상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주인공은 나폴레옹 1세인 종조부를 본 딴 ‘나폴레옹 7세’라는 별명까지 언론에서 얻으면서 출마 당시부터 관심을 모아온 샤를 나폴레옹(56ㆍ사진). 그는 나폴레옹의 막내 동생으로 베스트팔리아왕을 지낸 제롬의 직계 후손이다.

원래 샤를은 나폴레옹의 고향인 코르시카섬의 아작시오 시의원과 부시장을 거쳤으며 중앙에서 정치인의 꿈을 이루고자 이번에 중도파 정치인 프랑수아 바이루의 민주운동당 후보로 나섰다. 그가 하원의원을 목표로 입후보한 곳은 파리 남부 근교의 퐁텐블로를 포함한 선거구로 나폴레옹이 황제로 있다가 유배되기 전까지 즐겨 머물렀던 별궁 등 역대 왕가의 궁들이 산재해 인연이 있다. 샤를은 선거구가 “내 이름에 들어 있는 나폴레옹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퐁텐블로를 선택한 변을 늘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은 니콜라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여세로 금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우파의 현직 디디에 쥬리아(73) 의원의 아성이다. 쥬리아 의원은 40년간 의원직을 고수한 터줏대감인 점에서 아무리 선조의 후광을 기대한다고는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제기됐다.

코르시카에서 선거구를 옮긴 샤를에 대해선 보수 여당 등에서 “가문을 팔아 당선되려 한다”는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샤를은 “할아버지가 전공과 정복욕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그와 핏줄만 같을 뿐이지 정치철학은 전혀 다르다”고 맞서며 열심히 선거 유세를 펼쳤다. 그는 ‘나포모빌’이라고 명명한 오렌지색 밴을 타고 11만 유권자의 퐁텐블로 곳곳을 누볐다.

하지만 현실의 중앙 정치 벽은 너무 높아 총선 1차투표에서 쥬리아 의원은 35.04%의 득표율을 기록해 오는 17일 치르는 결선투표에 무난히 진출한 반면 샤를은 한 자리 숫자인 8.76%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조상의 후광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나 샤를도 나름의 빠지지 않는 경력을 쌓아왔다. 150cm대의 단신이던 나폴레옹과는 달리 2m의 장신인 그는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재무부 관리와 은행 간부 등을 거쳐 코르시카에서 2001년 정계에 입문했다.

그가 가문의 성인 보나파르트를 버리고 나폴레옹이란 성을 갖게 된 것은 그의 고조부가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샤를은 나폴레옹과 관련된 재단을 운영하며 가문을 소재로 하는 몇 권의 책도 냈다. 그는 이번 선거 패배를 딛고 재도전할 각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흔 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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