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에 관한 E=mc²은 가장 유명한 공식일 것이다. 아이조차 쉽게 외우는 그 저명성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명성의 잣대이기도 하지만 공식 자체의 간결함과 단순성에서 비롯된 탓도 크다.
그러나 이 짧은 공식의 의미, ‘에너지는 질량 곱하기 광속의 제곱’을 깊이 이해하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생각의나무 발행)은 5개 구성요소(E, =, m, c, ²)의 뜻과 각각의 발견사, 그리고 그것이 이뤄낸 한 줄 공식의 의미를 약 400쪽에 걸쳐 쓴 대단한 책이다.
1905년 E=mc²이라는 공식이 탄생하기 이전 세상에는 에너지와 질량과 빛이 있었다. 18세기 화학자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는 금속이 녹슬면 산소와 결합한 만큼 질량이 더 커지는 것을 측정, 물질은 형태가 변할 뿐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질량이 보존되듯 에너지 역시 형태만 변할 뿐 총량은 늘 보존된다. 질량과 에너지는 전혀 별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을 통해 질량과 에너지의 세계는 하나로 통합됐다. 식을 보면 질량과 에너지가 등호의 양쪽에 놓여있다. 즉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변환될 수 있다. 사실상 이 둘은 같은 실체의 다른 표현이다. 보존되는 것은 에너지와 질량의 합이다.
ˆ이 공식의 위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치명적인 전쟁무기로서다. 핵분열 현상이 발견된 것은 독일의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1930년대였다.
오토 한과 리제 마이트너는 우라늄 핵에 중성자를 부딪쳤을 때 작은 중성자가 흡수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큰 우라늄 핵이 쪼개지는 것을 발견했다. 우라늄이 2개의 원자로 쪼개지면 원래의 질량보다 약 1,000분의 1의 질량이 사라진다. 이것이 에너지로 변환됐을 때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수십㎏의 우라늄이 연쇄분열하면 태양의 중심온도(1만도)보다 더 뜨거운 열이 발생하고, 섬광은 목성까지 비추며, 허리케인보다 몇 배 빠른 바람이 휘몰아친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상황이 이랬다. 미량의 질량(m)에 광속(약 30만㎞/h)의 제곱배(c²)라는 엄청나게 큰 수가 곱해진 결과다.
폭발과정을 실체로 그려내는 것은 보더니스 책의 매력이다. 92개 양성자와 143개 중성자로 구성된 우라늄-235 원자는 지구탄생 이후 45억년간 아슬아슬하게 존재해 왔다.
+전하를 띠는 양성자들이 진작 서로 밀쳐 냈을 법도 하건만, 많은 중성자가 있어 강한 핵력으로 전기적 반발력을 이겨냈다. 히로시마 580m 상공에서 우라늄 수십㎏에 중성자들이 튕겨져 부딪친다.
일부가 우라늄 원자의 핵에 명중한다. 겨우 균형을 유지하던 핵이 쪼개진다. 절반으로 작아진 핵은 우라늄만큼 큰 핵력이 필요치 않아 여분의 중성자를 내놓는다.
이 중성자들이 다른 우라늄 핵에 부딪히고, 쪼개지고, 또 중성자를 토해낸다. 100만분의 1초만에, 중성자 파편들이 2배, 4배, 8배로 늘어나는 과정이 80번쯤 반복된다. 파편들이 서로 부딪치고 비벼대면서 뜨거운 열과 빛과 바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민희 옮김.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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