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나도는 난센스 퀴즈 하나. 3,000만원짜리 명품을 800만원에 살 수 있는 곳은? 모 유통업체가 최근 오픈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지만, 화성 동탄2 신도시가 정답이다. 이 같은 황당한 퀴즈는 관료들이 동탄2 신도시를 평당 분양가 800만원의 강남 대체 명품신도시로 만들겠다고 되풀이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가 평당 평균 3,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경우 정부 발표대로라면 동탄2 신도시 입주민들은 3,000만원짜리 명품을 거의 4분의 1가격에 사는 횡재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동탄2 신도시에 대해 “강남 대체가 힘들고, 분양가 800만원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는데도 정부가 억지 주장만 하고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이 동탄2 신도시 발표 직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보면 참여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강남 아줌마들’이 정부를 비웃는 듯하다.
정부의 어설픈 주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8일 “평당 800만원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한데 이어 건교부는 11일 홈페이지에 전문가들이 비판했던 문제점들을 반박하는 글까지 실었다.
강남 강박증에 빠져있는 정부는 동탄2 신도시가 서울 도심에서 멀어 강남 대체가 힘들다는 비판에 대해 ‘거리가 아닌 기능’이라는 궁색한 변명까지 늘어 놓고 있다. 신도시 남발은 수도권 난개발을 부추기고, 참여정부가 신성시하는 지역균형개발에도 어긋난다.
관료들이 앵무새마냥 억지 해명을 되풀이하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만 깊어질 뿐이다. 정부는 뚝딱식 이벤트형 신도시 발표를 지양하고, 수년간 장기플랜을 갖고 도시계획을 세워야 한다.
안형영 산업부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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