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도 아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민연금에서 탈퇴해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에 가입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도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말을 갈아탔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도 사학연금으로 전환신청을 하는 등 국책기관들의 국민연금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알아 보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뻔하다. 매일 800억원의 잠재부채가 쌓이고 2047년이면 재정이 파탄 나는 국민연금에서 떠나 안전하고 급여조건도 나은 사학연금으로 도피하려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다 해도 국민들로서는 난파선의 대탈출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심각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에 부채질을 하는 이기적 행동이다. 그들은 옮겨 탈 배라도 있지만 강제가입 규정에 따라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 당한 국민들은 그저 분통을 터뜨릴 뿐이다.
KDI가 어떤 기관인가. 국민연금의 실상에 대해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금 개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온 곳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국민연금을 포기하는 것은 도덕적 배신 행위나 다름없다.
더구나 산하 국제정책대학원은 교육기관이라 오래 전에 사학연금에 가입했지만, 이번에 가입한 KDI 본원 직원 100여명은 업무상 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래서 교육부도 가입자격을 인정하지 않다가 돌연 가입을 인정했다니 무슨 사정변경 사유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당연히 정부는 인정과정을 조사해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기금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200조원이 넘는 기금의 활용방안을 결정하는 회의가 대부분 비전문가인 위원들의 형식적 참여 속에 극히 비효율적으로 운영돼온 실상이 드러난 바 있다.
총체적 부실이 아닐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이번 사태는 사학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등 특수직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하는 당위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국민들만 ‘봉’으로 삼는 현행 연금제도는 서둘러 전면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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