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기율(紀律)과 법강(法綱)이 흔들리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조직의 질서와 관련된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고, 그 논란을 둘러싸고 또 파벌이 갈린 동조ㆍ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수사권독립 문제로 검찰과 맞서면서 빚어졌던 ‘경란(警亂)’과 달리 내부의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경찰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다. 경찰서 직원이 감찰부서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서장에게 폭행 당하고, 근무하는 직원이 복장 부주의로 서장에게 구타 당했다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로의 주장과 해명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상하의 불신과 갈등을 진단하기엔 무리가 없다. 조직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색출해 특별 관리하라는 경찰청의 지시가 전국 지방경찰청에 시달된 것은 이러한 위기를 증명하는 것이다.
국민을 걱정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근본 원인은 지도력 부재이며, 그것은 이택순 경찰청장의 문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국회 답변 중 일부가 거짓말로 드러났고, 부적절한 골프회동 등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청장의 집과 사무실을 제외하고 경찰 수사기관과 전ㆍ현직 경찰 간부, 심지어 골프장까지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언론과의 정례 간담회도 거듭 취소하고, 외부행사에도 몸을 감추는 일이 잦다. ‘식물 청장’이라는 말이 무리가 아니다.
일선 경찰관들이 인터넷이나 사적 공간을 통해 불평을 터뜨리는 것도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하지만 ‘고위직 잘못엔 침묵하고, 하위직 잘못만 엄벌한다’는 불만을 ‘특별 관리’로 억압한다고 기강이 설 수는 없다.
자리를 지킨다고 지도력 부재가 해결되지 않으며, 외부로부터의 정당성과 내부로부터의 인정이 유지돼야 한다. 검찰 수사의 길목을 막고, 조직의 기강을 흐트리는 원인이 된다면 스스로 결단하는 게 옳다. 바로 그 이유만으로 얼마 전 몇몇 경찰간부들이 자리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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