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서적이나 경제 뉴스를 보면 빠지지 않는 조언이 하나 있다. 바로 주거래 금융기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여기저기 거래하는 것보다 한곳과 집중적으로 거래하면 실적에 따라 금리나 대출한도 등을 정할 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부자 고객 중 한 사람인 나 여사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녀는 몇 곳의 금융기관과 활발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느 한곳을 찍어서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혜택은 조금 받을지 몰라도 곰곰 따져보면 실속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나 여사의 논리는 이렇다. 각 금융기관은 저마다 강점을 갖고 있고, 특화된 상품을 갖고 있다. 즉 은행은 적금이나 특판, 환전, 대출에서 강하다면 증권사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 부문에서 매력이 있으므로, 자신이 가입하려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한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여사가 주거래 금융기관을 만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어느 금융회사와 거래하는가보다 창구직원과의 궁합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직원들은 대개 2~3년에 한번씩 지점을 옮긴다. 그러므로 특정 금융사의 특정지점과의 거래를 고집하다 보면 자신을 잘 모르는 직원의 권유로 예상치 못한 투자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A증권의 김 부장과는 주식 거래를 하고, B증권의 이 차장하고는 자산관리 상담을 하고, C은행의 박 부장과는 세무 상담과 예금 거래를 하는 식으로 금융기관의 몇몇 직원들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금융사들이 연일 특판 상품을 쏟아내며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하는 시기에는 그 같은 경쟁관계를 잘 이용하면 더 좋은 상품을 찾을 수도 있다.
투자를 하는데 그토록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여사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다양한 상품 정보를 접함으로써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녀가 흘린 땀 방울들이 달콤한 수익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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