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 가능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도 과도한 방법과 수단을 사용했다면 국가의 배상책임이 따른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004년 4월 살인미수 용의자 김모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두 달 후 김씨 인척의 집에서 김씨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한 정보를 입수, 밤 11시30분께 이 집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김씨는 없었고, 집주인 A씨(여)는 급작스레 들이닥친 경찰관들을 강도로 오인하고 현관으로 뛰쳐나가다 그만 계단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이 형사소송법 216조에 따라 피의자의 체포영장을 소지했다면 타인의 주거지에서 영장 없이 수색이 가능하다”며 “체포영장을 제시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이므로 경찰은 책임이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 이동명)는 11일 “법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라도 그 방법과 수단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면 그 행위 전체는 위법”이라며 “국가는 A씨에게 1,27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성을 고려해 영장 없이 수색이 가능한 경우라도 수사기관은 평온을 유지하고 필요한 최소 한도로 압수수색 해야 하며 대상자에게 이유를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경찰이 무슨 이유로 자기 집을 찾아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다 다친 것도 사건 발생의 원인이 됐다”며 “국가의 책임은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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