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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여치 '바글바글'…충북농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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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여치 '바글바글'…충북농가 '부글부글'

입력
2007.06.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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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몰려 다니며 과일과 채소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요. 아무리 살충제를 뿌려대도 며칠 뒤면 또 다시 나타나고.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4,000여평 과수원에서 복숭아, 자두를 재배하는 김달호(50ㆍ충북 영동군 영동읍 비탄리)씨는 요즘 날이 밝으면 살충제를 담은 등짐 펌프를 지고 인근 숲속으로 간다. 20여일째 과수원을 공격하고 있는 갈색여치 떼를 없애기 위해서다.

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큰 무리를 지어 달려드는 여치 떼는 벌써 복숭아 20여그루와 자두 40여그루의 어린 열매와 잎을 작살냈다. 김씨는 “지금까지 14번이나 방제를 했지만 여치 떼를 막는데 실패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충북지역 농가들이 갈색여치 떼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5월 하순부터 갈색여치 떼가 영동군 영동읍과 황간면 일대에 나타나 복숭아, 배, 포도 과수원과 채소밭에서 어린 열매, 나뭇잎 등을 마구 갉아먹고 있다. 현재 영동군의 농작물 피해발생 면적은 30여 농가에서 20여ha에 달한다.

영동군은 지난해 6월에도 수백만 마리의 갈색여치 떼가 산간지역 과수원 등을 습격해 큰 피해를 입었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신용철 과수담당은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여치 떼 출현 시기가 작년보다 한 달 가량 이르고 그 규모도 몇 배나 불어났다”고 말했다.

여치 떼는 이달 들어 청원군 문의ㆍ가덕면과 보은군 수한ㆍ회남면, 옥천군 청성ㆍ청산ㆍ안내면 등지에서도 출현하는 등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여치 떼를 물리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동군은 50여명의 공무원으로 긴급방제단을 꾸려 피해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살충제가 담긴 등짐 펌프를 메고 하루 종일 여치 떼를 쫓아내고 있다. 군은 앞서 피해 농가에 살충제를 무료로 나눠준 데 이어 여치 떼가 자주 출몰하는 농경지 주변에 덫과 끈끈이 판을 설치했다.

과수 농가들은 과수원 주변에 3~4m높이의 비닐 막을 쳤다. 인근 옥천군과 보은군은 여치 떼 발생현황을 집중 감시 중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충북도는 여치 떼 퇴치 방역비로 3,000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하지만 여치 떼가 숲속에 숨어있다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방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1,000만원대의 포도밭 피해를 본 김세호(53ㆍ영동읍 비탄리)씨는 “여치 떼는 살충제를 아무리 뿌려대도 4,5일 뒤면 다시 나타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며 “수풀에 숨어있는 여치를 일일이 찾아내 살충제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방제 작업에 진척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배농사를 하는 이경희(47ㆍ청원군 문의면 문덕리)씨는 “우리 마을은 친환경 농법으로 배를 재배하기 때문에 여치 떼가 나타나면 살충제도 뿌릴 수 없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여치 산란기인 6,7월 안에 최대한 서식 밀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기온이 떨어지는 등 자연적으로 서식환경이 나빠져 소멸되기만 바랄 뿐 특별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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