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A씨. 10년 넘게 현지에 살고있는 그는 앙골라의 오피니언 리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은 상하수도 병원 등 앙골라 국민들을 위한 기반시설을 짓는데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보다 더 잘 산다는 한국은 왜 그리 인색한가”라는 그들의 질문에 내놓을 답이 막막하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는 것은 돈 때문만이 아닙니다.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도와주면서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가 큰 힘입니다.
한국정부도 원조를 몇 푼 늘려 당장 석유광구나 자원 확보권을 딸 수 있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제라도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인 해외원조단체협의회의 오수용 사무총장은 동남아 지역을 갈 때마다 인색한 것으로 알고있는 일본의 활약상에 놀라곤 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군 단위 지역, 어디를 가 봐도 JICA(한국의 국제교류협력단, KOICA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일본국제협력기구)의 지원으로 건립된 공회당(한국의 마을회관)과 학교가 있고, 이를 고마워하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며 “’일본의 국익이 이렇게 창출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적인 책임이나, 재난 구호, 인도적 지원에 소극적인 나라라는 인상만큼은 지울 수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사무총장 선거운동을 위해 각국을 도는 동안 “유엔 분담금도 체납한 나라(당시 1억1,000만 달러)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을 수 있느냐”는 일부의 힐난을 들어야 했다.
2005년 쓰나미 참사 때 정부는 당초 60만 달러 무상지원 방침을 내놓았다가 “너무 작다”는 국내외 여론에 밀려 액수를 늘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손이 작은’ 한국의 모습은 특히 개도국에 대한 유ㆍ무상의 지원에서 두드러진다. 현재 개도국에 대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양적, 질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처음 기금을 창설한 1987년 이후 2005년 말까지 총 1조5천억원을 대외지원금으로 사용했고 지난해 승인규모는 3천600억원, 올해 원조규모는 5천500억원으로 예상된다. 대외 원조에 나선 이후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원규모를 늘려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민총소득(GNI)의 0.06%(2006년 잠정치)에 그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평균치 0.46%의 8분의 1수준이다. 해방 후부터 1999년 원조수혜국의 지위를 졸업할 때까지 선진국으로부터 ODA의 크나 큰 혜택을 입은 당사자로서는 결코 내세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나마 유상 원조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한국산 물품 구매나 한국 기업의 수주 담보 등을 조건으로 하는 구속성 원조가 전체원조의 97.4%(2005년 기준)를 차지한다.
조건이 없는 무상원조가 대부분인 선진국과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오총장은 “원조를 경제협력, 자원확보 등 특정 목적과 결부시켜 활용하러 들기 때문에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원조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국가 이미지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며 “조건 없는 무상원조로 원조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원조는 결국 국익추구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표면적으로는 순수한 구호활동과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세련된 방식을 쓰고 있다. 당장 수출 몇 억 달러를 늘리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보다는, 수백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안겨주는 국가 이미지 개선에 포인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박복영 박사는 “최근 우리 경제에서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ODA를 늘리고 이를 중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며 “특히 국가의 브랜드밸류 향상을 통해 기업들의 가치도 높이는 간접적인 방식의, 고도화된 원조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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