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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종상영화제가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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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종상영화제가 가야 할 길

입력
2007.06.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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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기대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른다. 레드 카펫으로 요란하게 치장하면 뭐하나. 속이 그대로인데.

올해(제44회)도 대종상영화제는 씁쓸하고 초라하게, 오히려 속에 더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안은 채 끝났다. ‘시민축제’로 한다며 한달 동안 한강공원에서 영화를 틀고, 일반인들을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 시키고, 영화인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들이려 수상자 현장발표와 상 고루 나눠주기를 했지만 여전히 ‘반쪽 잔치’ 란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명색이 SBS TV가 중계했는데도 독창성은 고사하고 시간 안배조차 못해 후보도 소개 않은 엉성한 시상식. 15년 경력의 배우를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린 심사위원들의 무지와 배짱. 이빨 빠진 듯한 수상 불참자들과 그들 대신 시상대에 오른 동료들의 어색한 몸짓. 후보자들조차 다 오지 않아 썰렁한 객석. 그래도 ‘상’인데 최소한의 감격조차 없는 수상자들이 우리를 머쓱하게 했다.

대종상영화제가 권위도, 전통도, 대중성도 잃어버려 ‘여러 영화제 중의 하나’가 돼버린 지는 오래. 매년 여기저기 손 내밀다 급기야 올해는 특정 신문 주최의 영화제로까지 전락했다.

영화인 스스로 한국영화 발전과 자부심을 위해 만든 대종상이 어떡하다 이렇게 됐나. 일개 신문사나 방송사가 사세를 과시하기 만든 사설 영화제만도 못한 모습이니. 미국의 아카데미영화상은 그렇다 치고, 일본의 아카데미상, 홍콩 금마장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1차 책임은 물론 분열과 갈등으로 스스로 권위와 명예를 갉아먹은 영화인들에게 있다. 과거 온갖 비리와 잡음으로 상의 신뢰를 떨어뜨린 장본인 역시 그들이다.

내부 불신과 갈등의 산물인 대종상의 추락을 한번의 구호나 악수, 반성의 말로 막을 수는 없다. 몇 년 전, 영화인협회가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에 손을 내밀어 공동으로 대종상을 열었지만, 서로 불신의 벽만 확인한 채 다시 돌아서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종상영화제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우선 이 영화제 한 집행위원의 말처럼 “영화인협회가 주최를 고집해 고립과 외면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아카데미영화제처럼 영화계 각 분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종상영화제위원회’ 같은 정말 완전한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를 영화진흥위원회에 두어도 좋다.

다음은 돈. 기금을 마련해 운영하면 된다. 영화진흥기금을 꼭 영화 만들고 극장 짓는 데만 써야 하나. 대종상영화제가 권위를 되찾고,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 또한 한국영화발전에 중요한 요소다. 아카데미를 보라. 더구나 정부의 그 영화발전기금 4,000억원이란 것이 절반은 극장 입장료에서 거둬들이겠다고 하니 결국 영화인들의 돈 아닌가.

여기에 수 십억원 들여 지금도 넘쳐 나는 국제영화제를, 그것도 한국영화 메카인 충무로에서 또 하나 열겠다는 한심한 생각을, 일부러 저 멀리 프랑스 칸에까지 가서 발표한 서울 중구청이 정신차려 그 돈을 매년 대종상에 주고, 충무로를 우리 영화 최고의 축제거리로 만든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TV 중계가 걱정이라고? 명실공히 영화인들 스스로 만든 최고 역사와 전통의 영화제라면 무슨 걱정인가. 당당하게 KBS에 요구하자. 공영방송이 뭔가. 이런 것 중계 안 하고. 그러면 더 이상 대종상 시상식 시간이 상업방송의 편성에 왔다 갔다 하는 모욕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꿈 같은 소리라고? 천만에. 영화인들부터 요즘 단 한번이라도 대종상영화제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늘 외면하거나 욕 하거나, 무시하거나 이용하려 들기만 했지.

이대현 엔터테인먼트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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