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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도둑 알고보니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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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도둑 알고보니 경비원?

입력
2007.06.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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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정용진(39) 부회장의 집이 털린 사실이 11일 뒤늦게 밝혀졌다. 1년 가까이 27차례에 걸쳐 5,700만원 어치의 현금과 수표, 귀중품을 훔친 범인은 정 부회장 저택의 경비원이었다. 정 부회장 집은 6년 전에도 방범을 맡은 경비회사 직원에게 털린 적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과 3범인 범인 김모(27)씨는 지난해 8월부터 정 부회장 집에서 도둑질을 시작했다. 첫 목표는 현금과 수표가 가득한 007 가방이었다. 평소 2인1조 3교대로 근무하면서 정 부회장 퇴근 후 비서가 가방을 두는 장소와 감시가 소홀한 시간을 파악해 둔 그는 가방에서 3만원을 몰래 꺼냈다. 액수가 크면 눈에 띌까 봐 몇 만원씩만 챙기는 요령을 부렸다.

김씨는 정 부회장 명품에도 눈독을 들였다. 지난해 11월 200만원 짜리 검정색 구찌 양복 웃옷, 100만원 짜리 돌체 앤 가바나 구두를 훔쳤다. 5월 초에는 1장에 30만원 하는 돌체 앤 가바나 티셔츠 3장과 가격을 알 수 없는 명품 모자 1개를 훔쳤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해 가을 물건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수상히 여긴 정 부회장이 관리인 정모(43)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정씨는 이 때부터 내부자 소행임을 직감하고 수표 번호를 일일이 기록한 다음 추적한 끝에 김씨가 범인이라고 확신, 5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9일 김씨가 과거 훔친 수표를 입금하는 은행 폐쇄회로(CC) TV 장면을 확보해 절도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면허도 없이 훔친 돈으로 4,000만원짜리 최신 유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6년 전인 2001년 도난 사건도 이번 사건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범인 이모(당시 26)씨는 경비회사 직원이었다. 이씨는 당시 이 집에 살고 있던 정 부회장의 전 부인이자 인기 탤런트 고현정(36)씨의 안방 화장대에서 1억5,000원 상당의 4.5 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정 부회장의 바지에 들어있던 50만원 짜리 수표를 훔쳤다. 붙잡힌 과정 역시 비슷하다. 이씨는 단란주점에서 훔친 수표를 쓰다가 수표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혀 절도혐의로 구속됐다.

방배경찰서는 5일 관리인 정씨의 신고를 받은 뒤 정 부회장을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면서 보낸 영장의 범죄 사실에는 정 부회장의 이름이 빠졌다.

범죄 사실에는 피해자 이름이 적는 게 당연한 데도 정 부회장만 빠진 것을 두고 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때 늑장 수사를 벌여 비난을 받은 경찰이 “또 다시 대기업 눈치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방배서는 “직원 실수로 이름이 빠졌을 뿐 피해 물품 일람표에는 이름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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