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가를 모시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도 치열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영역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도 국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도 거액 자산가의 뭉칫돈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들이 큰 손 유치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강화다. 자산 관리나 세무ㆍ부동산 상담 등은 기본이고, 자녀 맞선 프로그램, 풍수 컨설팅, 건강세미나, 와인ㆍ미용강좌, 골프아카데미 등 각종 여가 활동까지 폭넓게 챙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3억원 이상 PB고객을 대상으로 건강, 미술, 음악, 식도락 등 고객 취향을 20여가지로 세분화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대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각 영업점의 PB들이 고객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OOO고객은 OO브랜드의 커피를 주O회 마신다'와 같은 세세한 취향까지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일 대 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데만 꼬박 석 달이 걸렸다. 우리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산사 체험, 명품 패션쇼 관람, 와인ㆍ건강ㆍ피부미용ㆍ전통 결혼예절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PB센터 'HNWI(High Net-Worth Individual) 센터' 2곳을 설립한다. 5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PB 센터인 '골드앤와이즈' 만으로는 제대로 된 고급PB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은 이 센터에 별도의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재무 분석사 등을 상주시켜 사업 승계나 상속, 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 달부터 PB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추천할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적립된 포인트는 골프, 가전, 비즈니스, 건강용품, 호텔식사권 등 다양한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PB 고객을 세분화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달 초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객을 위한 '신한PB 비즈 케어(Biz-Care) 서비스'를 개시해 기업세무플랜, 부동산종합관리, 금융자산 관리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또 하반기에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자산관리를 위한 특별 서비스인 '신한PB 스타 케어(Star-Care)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을 위한 '웰스매니지먼트'(WM) 센터를 만들어, 부장급 베테랑 직원들이 자산관리에 나서고 있다. WM센터는 여ㆍ수신 기능을 배제해 담당 웰스매니저(WM)들이 다른 업무에 신경쓰지 않고 고객의 수익률 관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억원 이상 자산가 증가율은 21.3%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PB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ㆍ증권사간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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