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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재활용주식회사'/ 예술로 재탄생한 폐품, 관객의 재활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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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재활용주식회사'/ 예술로 재탄생한 폐품, 관객의 재활용법은?

입력
2007.06.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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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작가들이 재활용주식회사를 차렸다.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미술관이 8일 시작한 기획전 <재활용주식회사> 는 자원절약형 재생상품을 파는 에코숍이 아니다.

버려진 물건으로 만든 작품도 있지만, 한 시대의 기억이나 개인의 정서 같은 무형의 재료를 재가공함으로써 예술과 일상, 작품과 관객 사이에 일어나는 순환과 교류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초점이다. 10명의 국내 작가들이 참여했다.

유영호는 입장권 대신 작은 종이상자를 파는 매표소를 설치했다. 값은 1,000원, wonder, beauty 같은 추상적인 영어 단어가 하나씩 인쇄된 상자다. 무엇을 고르든, 어디에 쓰든 관객 맘대로다. 작가는 관객이 미술관에서 소비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신현중이 전시실 안에 설치한 우체국 사무소와 우편함도 작가_작품_관객의 순환을 확인하려는 장치다. ‘엄마 사랑해요’ ‘날아가고 싶어’ 등 관객들이 저마다 소망을 쓴 엽서가 투명 상자 안에 쌓여가고 있다.

주소를 정확히 적으면, 답장해 주겠다고 한다.

한국 작가 Sasa[44]의 <위대한 탄생> 은 1980년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가수 조용필의 사진과 이동기가 그린 조용필 초상화가 잔뜩 걸린 벽 앞에서 그 시절 조용필이 받은 팬레터를 낭독한 녹음을 들어보게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이미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재배치함으로써, 그 시대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있다.

전시작 중 가장 개념적인 작품은 고원의 <시시하다> 일 것이다. ㅅ, ㅣ, 시, 하, 다 등 뚝뚝 끊어진 낱글자들로 이뤄진 구체시(글자의 의미는 무시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시각적 요소로 삼아 쓰는 시),

1970년대 미국잡지 '라이프(Life, 인생)'와 1990년대 독일 잡지 <차이트(zeit, 시간)> 의 표지사진 액자, 그가 쓴 시와 책, 개인 물품을 전시하고 있다. 구체시의 시(詩)와 시간(Zeit)의 시(時)를 맞댄 말장난 ‘시(詩)/시(時)하다’가 인생은 ‘시시하다’와 겹치는 묘한 작품이다.

쓰다 버린 물건의 재생이라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재활용을 다룰 때도 작가들은 재활용이 일어나는 상황의 맥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건물 철거 현장에서 주워온 형광등으로 전시장 바닥을 덮고 환하게 불을 켜놓은 박용석의 설치작품 <새로운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 한국에서 쓰다 버린 폐현수막을 실크로드 주민들이 어떻게 재활용하는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정재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 5> 는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서 재활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밖에 의류공장에서 쓰고 남은 색색깔 실타래를 벽에 빈틈없이 박아 넣은 홍경택의 설치작품 <코쿤(누에고치)> , 유명 브랜드의 이미지들로 자신만의 브랜드 제품인 옷, 가방, 신발 등을 만들어 백화점 진열장 형태로 전시한 사성비의 'B 브랜드-아르코 지점'도 볼 수 있다.

7월 25일까지. (02)760-4598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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