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전등이 10개나 나갔어요. 어쩌죠?”
“곧 조치해드리겠습니다.”
7일 오전 8시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초등학교 체육관에 김성원(36) 권오흥(36) 유성원(33) 이정선(38)씨 4명이 안전모를 쓰고 나타났다.
천장 높이를 눈짐작으로 재더니 바로 ‘H빔(주로 공사장에서 쓰는 철제 조립물)’을 조립해 5층짜리 이동작업대를 만들었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낄 만한 높이인 12m 작업대 꼭대기에 오른 김씨는 전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안정기에 문제가 있네요. 등뿐만 아니라 전부 다 갈아야겠어요.”
학교 시설 ‘119 기동반’이 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교육시설관리사업소 지원1과 기동점검반이다. 전국 유일의 기동반으로, 낡고 망가진 학교 시설을 손보는 게 주임무다. 강당이나 체육관 천장에 매달린 전등 교체작업 등 일반 수리업자들이 볼 때 ‘돈이 안 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전등 몇 개 갈아 끼우는 게 대수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최소한 4명이 달려들어 종일 작업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작업대 꼭대기에 올라가 전등 한 개를 고치면 다시 내려와 작업대를 다음 위치로 옮긴다. 그리고 다시 5단 높이의 작업대로 올라가 전등을 고치는 일을 반복한다. 비용도 일반 수리업자에게 맡기면 500만원 가까이 든다.
임선자 인헌초 교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을 무료로 떠맡아 주는 것도 고맙지만, 믿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외부 업체에 맡기면 부르는 대로 돈을 주면서도, 과연 좋은 자재를 쓰는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기동반은 용접 배선 가지치기 방수 농약살포 외벽청소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생긴 지 1년6개월이 안됐지만, 200여개 학교가 요청한 800여건의 민원을 처리해 7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현재 전기 방수 미장 용접 등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기술자 7명과 기능직 공무원 4명이 주축 멤버다. 일이 많을 때는 10여명의 일용직 기술자들이 수시로 투입된다.
막힌 변기 뚫는 일은 기동반원에게도 큰 고역이다. “똥물 뒤집어 쓰는 일은 기본이죠.” 주변 타일을 뜯어내고 공기 주입기를 통해 바람을 불어넣어도 안 되면, 다시 막힌 파이프를 톱으로 슬근슬근 쓸어내야 한다. 이들은 변기 구멍을 막는 주범으로 ‘남학교는 담배 꽁초, 여학교는 생리대’를 꼽았다. 휴대폰과 지갑, 학용품이 나오는 일도 다반사다.
혈기왕성한 중ㆍ고교생들이 학교 이곳 저곳에 대고 힘자랑(?)을 할 때마다 이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화장실 문짝을 걷어 차거나, ‘점프력을 잰다’며 천장에 손대기를 하면서 구멍을 내는 식이다. 여학생보다 남학생, 중학교에 비해 고교가 더 심하다.
“우리는 안 그랬나요. 그 나이 땐 다 그렇지 뭘….”
일은 힘들어도 동생ㆍ조카 같은 학생들을 위한 일이기에 보람은 크다. 김성원씨는 “전등을 고치느라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봐 목이 항상 뻐근하다”면서도 “밝아진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농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는 걸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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