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첫 직장에 다니게 되면 은행 적금 가입이 목돈 만들기의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적립식펀드에 가입한다. 그 결과 개인금융자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예금형 자산의 비중이 2006년 말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추락했다.
반면 20%를 밑돌던 주식과 수익증권 등 투자형 자산의 비중은 28%까지 늘어났다. 특히 2002년의 경우 4.8%에 불과하던 수익증권의 비중은 적립식펀드 돌풍에 힘입어 7.3%까지 늘어났다.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펀드 증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한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고령화와 함께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저축보다는 투자로 여유자금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월 적립식 펀드 가입금액은 18조1,860억원을 기록, 은행의 정기적금 금액(17조2,642억원)을 추월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펀드시장이 2조 달러에서 10조 달러로 연 8% 이상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펀드 규모가 2012년 40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은행들도 변신하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은 종합금융사 상품, 펀드는 증권사, 정기예금은 저축은행, 보험은 보험사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들 금융기관을 일일이 찾아 다닐 수 없는 바쁜 직장인에게는 모든 금융상품들을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는 백화점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은행이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이자 이익은 7조3,62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비이자 이익은 6조991억원으로 323.7% 급증했다. 특히 비이자 이익 가운데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판매 등 대리사무 취급수수료는 5,790억원으로 39.7% 증가했다.
은행들은 단순한 금융백화점에 만족하지 않고, 증권사 직접 인수 등을 통해 투자은행으로서의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KGI증권이 솔로몬상호저축은행 컨소시엄 등과 매각 협상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교보증권을 비롯, CJ투자ㆍSKㆍ하나ㆍ한양ㆍ부국ㆍ유화ㆍ브릿지ㆍ신흥ㆍ한누리 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모두 인수ㆍ합병(M&A)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교보증권 등 증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은행들은 농협의 NH투자증권과 아직 금융지주회사 형태를 갖추지 못한 국민은행ㆍ기업은행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려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동부증권 등도 중소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투자금융(IB)사업 부문 확장에도 공을 드리고 있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ㆍSC제일ㆍ산업은행 등 국내 7개 은행을 조사한 결과 IB 조직 인력은 3월 말 933명으로 2005년 말 759명에 비해 23%나 늘어났다. 특히 전문인력 증가 추세가 눈에 띈다.
국내 최대 규모의 IB 조직을 갖춘 산업은행은 석ㆍ박사 학위, 공인회계사(CPA), 공인재무분석사(CFA),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1년여 사이 159명에서 182명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IB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도 늘고 있다. 우리은행 IB본부 영업수익이 2004년 816억원, 2005년 1,290억원, 지난해 2,328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신한은행 IB부문은 경비 차감전 경상이익이 2005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늘었다. 하나은행 IB본부가 올린 자문과 금융 주선 수수료도 2005년 280억원에서 지난해 41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테크의 패러다임이 저축에서 투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금융기관들의 성패는 누가 먼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으로 변신하느냐에 달려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미 종합금융그룹의 형태를 갖춘 우리, 신한, 하나지주가 한걸음 앞선 상황이지만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