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절규했던 6ㆍ10 항쟁의 숭고한 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연세대 복학생 신분으로 6월 민주화항쟁에 참여했던 장신환(51) 원광디지털대 게임학과 교수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월 항쟁 20주년 계승 범국민대회’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석, 20년 전 시위대가 행진했던 길을 걸으며 당시의 감격을 떠올렸다.
“어제(9일) 서울광장 행사부터 참석했어요. 아들에게 20년 전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컸는가를 열심히 설명해줬지만 쉽게 이해하질 못하더군요. 6ㆍ10 항쟁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세들 교육에 좀더 신경 써야 합니다.”
연세대 76학번인 장 교수는 1987년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했던 학교에 복학해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었다. 졸업이 코앞이었지만, 개인의 안위를 돌볼 여유는 없었다. 그는 한국기독교단체 청년연합회 회장직을 맡아 민주화 투쟁에 또 다시 합류했다.
“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물고문 도중 숨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두환 정권 타도와 대통령 직선제 열망이 활화산처럼 타올랐어요.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건을 계기로 수백만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쳤죠.”
하지만 한국 민주화의 전기가 됐던 6ㆍ10 항쟁 20주년 계승 범국민대회에 고작 600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점은 아쉽기만 하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장 교수의 친구 남근우(52ㆍ사업)씨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진보세력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집행국장으로 일하며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6월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의 순수했던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진보세력도 새로운 마음가짐과 목표를 갖고 국민들을 위해 나서야 할 때 입니다.”
이날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에 나서 당시 시위대열이 지났던 남대문시장으로 접어들던 장 교수는 6ㆍ10 항쟁 때의 급박했던 시위장면이 떠오르는 듯 몸서리를 쳤다.
“당시엔 건물 옥상마다 경찰이 지키고 있어 올라가질 못했어요. 이 부근에서 동료의 무등을 타고 전단지를 뿌리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던 기억이 나네요.”
장 교수는 ‘무능한 진보’로 낙인 찍힌 참여정부에 대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며 안타까워했다. “우리 세대는 지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다음 세대인 386세대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투쟁을 통해 정책을 직접 만들어내는 위치까지 왔습니다.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려 애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386세대를 무조건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응원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날 오전 10시 정부 차원에서 6ㆍ10 항쟁을 공식적으로 기리는 첫 기념식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적으로 기념식을 열거나 전국 시민축구 축전 등을 열었다. 앞서 9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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