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생들은 16세가 되기 전에 70번이 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육당국은 7세부터 전국단위 시험에 몰아넣고 있다. 내년 9월부터는 5세 이하 유아들도 국가에서 정한 69개의 ‘조기 학습 목표’에 따라 발육상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대학입시 격인 대입자격시험(GCSE)과 학력평가시험(A-레벨시험)으로 연간 100만명이 응시한다.
영국 교육연합회의(GTS)가 세계에서 가장 자주 시험을 보는 영국 교육의 근본적이고 조속한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10일 보도했다. GTS는 2000년 영국 정부가 만든 영향력 있는 교육단체이다.
보고서에서 GTS는 “시험지옥이 성적 향상은 물론 학습동기 부여에 실패하고 있으며, 10대들은 지루한 학교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들도 6세 아동까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한 상태다.
이런 교육의 폐단은 학생을 넘어 교사와 학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교사들은 시험에 합격하는 ‘기술’을 주입하고, 일부 학교는 명성유지를 위해 성적을 조작하고, 부정행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GTS는 지적했다.
실제 대입자격시험(GCSE)에서 학생 부정행위를 도운 여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9일 발생했다.
그러나 영국의 딜레마는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의 기존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기구(PO)의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학부모 59.4%가 자녀들이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교육당국은 이를 내세워 GTS가 제안한 전국 단위 시험의 폐지를 전면 거부했다. 중등교육의 평준화를 가져올 이런 제안이 성적 중시의 교육정책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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