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월급통장을 놓고 증권사와 은행 간 전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월급통장으로 사용되는 보통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대신 금리가 연 0.1% 정도에 불과한 통장. 은행으로선 막대한 자금을 저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어 은행 수익의 밑천이자 효자 상품이다.
그러나 보통예금 통장을 주무기로 하는 은행권의 단단한 아성도 업종간 벽을 허무는 금융대전 속에서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연 4%대의 금리를 주는 자산관리계좌(CMA)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보통예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8조5400여억원이던 CMA 잔액은 4월말 16조2,600억원에 달해, 불과 넉달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려 단기 금리가 치솟은 것도 증권사 CMA로 자금이 쏠리면서 은행들이 조달 자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월급통장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다른 금융상품의 투자로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 계좌’라는 점에서 향후 은행과 증권사간 흥망의 열쇠를 쥐고 있다 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CMA 돌풍에 맞서 은행들도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내걸고 필사적으로 ‘월급통장 사수’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4%대의 고금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보통예금 통장이 이자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수시 입출금, 각종 결제, 계좌이체 등에 주로 활용되는 만큼,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 등의 부가서비스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 가상계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많이 들고 송금 등에서 시간제약을 받는 CMA에 비해 폭넓은 지점망과 인터넷망을 토대로 하는 은행 통장의 편의성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다.
우선 대부분 은행들은 급여 이체를 하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보통예금의 경우 수시로 출금하거나 계좌이체하는 데 드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금리 욕심만 내고 CMA로 갈아탈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대출 금리 우대’도 은행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다. CMA는 대출기능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없지만, 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기능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시 금리를 깎아주는 혜택도 부여한다.
신한은행의 ‘탑스직장인 플랜 저축예금’은 청약 예부금이나 청약저축 가입 때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주고, 주택담보대출 때는 0.2%포인트, 신용대출 때는 0.5%포인트의 금리를 할인해 준다. 하나은행의 ‘부자되는 월급통장’과 외환은행의 ‘2030 직장인 저축예금’도 신용대출 때 0.4%포인트의 금리 혜택을 준다.
일부 은행들은 CMA와의 금리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의 ‘로얄클럽 통장’은 각종 수수료 면제라는 보통예금 통장의 혜택에다 금리도 연 1~3%까지 올린 것.
이는 은행들이 그 동안 별개로 운영해오고 있는 월급통장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결합시켰기 때문에 출시가 가능했다. MMDA는 단기성 목돈을 유치하기 위한 저축상품으로, 증권사 CMA와 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하루를 맡겨도 보통예금 이상의 이자를 준다.
신한은행은 입출금 통장 기능에 증권거래까지 가능한 기존 ‘FNA 증권거래예금’에 MMDA 성격을 가미한 슈퍼 ‘FNA 증권거래예금’도 선보였다. 수시 입출금에 증권거래가 가능하면서 금리도 0.3~3.25%이나 돼 증권사 CMA와 유사한 상품이다.
외국계인 HSBC은행은 아예 금리를 5%까지 올렸다. HSBC은행의 ‘다이렉트 저축예금’은 6월부터 8월까지 석달간 연 5%의 금리를 제공하고 이후에는 4%대를 제공한다. 인터넷뱅킹과 폰뱅킹의 이체 수수료도 무제한 면제다. 다만,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용 계좌이기 때문에 입출금은 HSBC의 다른 계좌나 타 은행 계좌를 통해야 한다는 불폄함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입출금이나 이체가 잦은 경우는 수수료 면제 혜택이 있는 은행 월급통장이 유리하지만, 여유자금이 있어 단기로 운용하려면 금리가 높은 상품에 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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