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6ㆍ15남북공동선언 7주년을 맞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6ㆍ15 이후 북에 끌려가기만 했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 시점에서 6ㆍ15의 의미를 평가해 주십시오.
"6ㆍ15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를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판문점에서 총소리만 나도 물건 사재기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해도 국민들이 끄떡 없어요. 그 만큼 남북 사이에 긴장이 완화가 됐다는 것이지요. 남쪽 사람들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지만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이젠 우호적 인식으로 바뀌었습니다. 6ㆍ15로서 민족끼리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강경조치, 심지어 무력까지 행사하겠다는 태도를 바꾸는 데도 기여했고 6자회담을 하는 데도 남북관계가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_하지만 남북관계가 기대 만큼 진전이 안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답방을 지키지 않고 있고요.
"기대한 만큼 안됐다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주로 남북간 내부 문제가 아니고 미국과 북한 관계 악화 때문입니다. 클린턴 정부시절에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부시 정부 들어와 다 뒤집어 버렸거든요. 그 결과 남북관계도 진전이 없었지만 또 미국도 많은 부작용을 겪었어요. 부시 정부 6년 동안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고 IAEA 사찰단 추방하고 제네바합의를 무효화 시키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리고 마침내 핵실험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남북정상회담이 없었다면 아마 전쟁이 났을지도 몰라요. 앞으로 6자회담이 잘 진행되면 남북관계는 아주 봇물이 터지듯이 급속히 발전돼 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바탕 다 조성하고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_지난해 북한의 핵 실험 강행 후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햇볕정책하니까 북한이 핵실험이 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 못살게 하니까 살기 위해서 핵실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햇볕정책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상황 악화를 막았으면 막았지 더 촉진시킨 것은 아니거든요. 지금같이 긴장이 해소된 가운데 살게 된 것도 햇볕정책 결과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_6ㆍ15 공동선언 내용 가운데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 공통성을 인정한다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남북연합제의 통일은 과거 정권에서도 얘기했어요. 이 방식은 통일론으로서는 아주 초보적인 것입니다. 양쪽 정부가 다 독립적인 권한을, 주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교류 협력하고, 정상회담을 매년 한다든지, 장관급 회담, 국회회담을 한다든지 하고, 합의된 것만 지키자는 것입니다. 합의 안된 것은 안 하는 겁니다. 북한이 주장해온 연방제는 외교권 국방권을 중앙정부가 갖는 것으로 미국이나 같습니다. 즉 완전통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은 지금 우리가 할 처지가 못되지 않느냐, 그래서 안 된다고 했더니 북한이 태도를 바꿔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게 우리가 말한 연합제하고 똑같죠. 북한이 우리 쪽으로 다가온 셈이죠."
_통일논의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남북연합제를 5년이고 10년 한 다음에 연방제로 발전해 갈 수가 있죠.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는 단계가 정세에 달려 있겠지만 최소 10년, 20년은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 가지고 양쪽이 다 이만하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북도 경제가 회복돼 남한에 큰 부담 안되겠다 이런 단계까지 오면 완전 통일로 가자는 것입니다."
_그에 앞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지금 BDA 북한 자금 송금문제로 2ㆍ13 합의 이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BDA문제는 미국이 무리했다고 봅니다. 이제 풀려고 하는데 미 국내법 상 애국법 때문에 비비 꼬여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미국의 책임이지만 북한도 지금은 BDA 해결 안 됐다며 버티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일보를 통해 북한에 제안하고 싶습니다. 북한도 상대방이 성의 가지고 노력한 것을 인정한다면 미국 국내여론이 악화 안되도록, 또 미국의 성의에 대해 어느 정도 격려하는 의미에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을 북한에 초청해 BDA 완전 해결되면 감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을 협의하는, 그러면서 BDA 해결 기다리는 제스처를 취하라는 것이죠. 그런 거라도 해서 분위기를 좀 반전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_중국도 미국을 의식해서인지 좀 소극적인데 촉구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중국 정부는 미국이 무리한 일 해놓고 이런 꼴 됐으니 당신네가 책임져라 이런 태도거든요. 그러나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 아닙니까. 미국이나 북한과 최대한도로 실질적인 협력을 해서 일이 빨리 풀려가도록 하는 것이 호스트 컨츄리로서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_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태도가 미국보다 강력하고, 납치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지원을 안하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은 납치문제를 국내정치에 최대 이용하고 있어요. 아베 수상은 완전히 납치문제 가지고 국민에 호소해 수상이 됐습니다. 과거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과 국교 하려고 굉장히 성의를 갖고 노력했는데 아베 총리는 아닙니다. 일본은 북한이라는 적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계속 이야기함으로 일본 재무장에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뭔가 주위에 긴박한 사태를 상정하면서 국민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고 영향 줘야 하지요. 일본은 중국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중국과 맞설 수 없으니 미국과의 동맹 강화하고 군비 강화하는 데 국민이 동조하게 하고, 선거에 이득이 되게 하는 데 북한이 새로운 타깃이 된 것입니다."
_북한이 요구하는 조건만 갖춰주면 정말 핵을 포기할까요. 미국 일부에서는 이미 개발한 핵을 북한이 갖는 것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수교 단계로 나갈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판단할 때는 거꾸로 짚어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안 하면 결국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고 경제제재 해제를 할 수 없고 국교정상화도 안 할 것입니다. 북한은 경제적 파산 상태고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잖아요. 핵무기 갖고 국민 밥 먹여줄 것입니까. 북한이 오매불망 바라는 것은 미국과 관계개선해서 국제사회에 나가 북한도 경제적으로 일정하게 살아보자는 것이죠 . 그러나 핵을 포기 안 하면 불가능합니다. 중국도 그렇지요. 중국에 북한 핵이 문제가 되는 최대 이유는 일본과 대만 핵무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둘 다 악몽 같은 일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이다 기름이다 물자를 대주고 북한 생필품의 70~80% 대주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는 미국이 북한에게 무리하게 한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도운 거요. 미국이 생존권 도와주고 직접 대화하고 안전보장해주고 경제제재 해제하고 국교정상화해준다면 다 해주는 거죠. 그런데 북한의 본심이 그런 요구에서 한 게 아니라 핵을 가지려는 야심이었다 하면 중국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거죠. 미국이 다 들어줬는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 안하면 본심이 핵을 가지려 하는 게 되고 중국도 용납 못하는 것입니다. 그 때는 중국의 지지를 계속 받을 수가 없고 물론 우리 지지도 못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살려면, 지금 상태를 개선을 하려면 핵 포기하는 길밖에 없는데 북한이 그 길 가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2ㆍ13 합의 이후에 자주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 의미가 아주 큰 거예요. 북에서는 김일성 유훈은 신성불가침이에요. 그런데 핵을 포기했을 때 군부라든가 일부 국민들 사이에 불만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김일성 유훈이라고 중화 설득을 시키고 있는 거요. 안갖고 나와도 되는 유훈까지 갖고 나왔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우리와의 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배하고 있거든요. 어느 모로나 보나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제대로 관철시키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_김정일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결국 개혁개방 갈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경직된 수령체제 하에서의 개혁개방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많습니다.
"북한은 그 점에 대해 무엇보다 신경을 쓰고 있을 거예요. 북한은 자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베트남 중국을 보니까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는 개혁개방을 해가지고 잘되고 있거든요. 북한도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거고. 그렇게 하면 북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족으로 붙이면 중국이나 베트남이 개혁개방해서 시장경제를 하게 되자 자연히 사유재산제를 허용하잖아요. 그러면 중산층이 생기거든요. 중산층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면 민주주의 안 하면 안돼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나가다가 경제가 발전돼 중산층이 성장되면 민주화로 갑니다. 그 민주화가 혁명적 방법에 의해 정권 전복시키면서 이뤄지느냐, 아니면 평화적으로 하느냐는 국민과 공산당 지도자의 지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_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해 오셨는데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선거 앞두고 정상회담을 하면 정략적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선거에 이용한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이 그런 것 같고 선거에 이용당하지 않아요. 그 증거로 내가 2000년 정상회담 했어도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국회의원 선거에 졌잖아요. 많은 사람이 남북정상회담이 선거에서 여당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지만 안됐어요. 국민들이 그런 정도는 구별합니다. 대북정책하고 국내정치 혼동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_정상회담을 한다면 언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상회담은 정권마다 해야 합니다. 이번 정권에 해야 다음 정권도 하게 됩니다. 정상회담은 장관급 회담 등에서 해결 못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상이 다시 만난다는 거예요. 시기는 늦어도 8ㆍ15까지는 해야지요. 그게 지나면 선거철에 임박하기 때문에 좋지가 않다고 봐요."
_서울에서 열린 제 21차 장관급회담이 쌀 문제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쌀 지원 같은 인도적 문제를 핵 문제와 연계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여론도 있습니다.
"나는 미국의 반대나 비판이 있어도 쌀 비료 지원은 인도적 문제로 강행했습니다. 그게 북한 인식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많이 했어요. 남한 경제의 어려움이나 나쁜 정세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을 변함 없이 한 것에 대해 그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감동하고 고마워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쌀문제를 연결시킨 것은 타당치 않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끼리 내부문제, 쌀 문제를 갖고 그걸 6자회담에 연계시키면 우리 내부 문제를 대외에 종속시키는 것이 되고 그런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_지난해 평양 방문 계획이 무산됐지만 교착국면을 풀기 위해 직접 나서서 역할을 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작년에 가려고 했던 것은 개인자격으로 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특사 파견은 대통령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제가 할 얘기가 아닙니다."
_2ㆍ13 합의가 잘 진행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본격 논의될 텐데 어떤 경로를 밟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2ㆍ13 합의가 잘 풀리면 우리가 북한하고 정상회담도 하고 국방장관회담도 하고 이렇게 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나, 휴전선 긴장 완화나 일부 군축하는 것이나, 불가침선언을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에 미국 중국 북한 남한 이렇게 4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_그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서 북미정상회담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 얘기 나오는데.
"평화협정을 체결할 단계가 되면 정상회담은 자연히 되지 않겠습니까."
_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른 얘기를 하면 굉장히 불안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현재 한미관계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과거 클린턴 정부 때는 밀착 협력했죠. 그런데 부시정권에 들어와 클린턴과 합의한 북한문제 한반도 평화문제를 모두 뒤집어 엎었습니다. 주권국가로서 그렇게 해놓은 것을 뒤집어 엎으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우방국가와 협력을 하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더 잘 알고, 북한 문제 더 잘 압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우리의 문제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은 아프리카부터 남미 구석구석까지, 수단 코소보 문제 등 전세계의 모든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데 한국문제 생각할 시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문제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하죠. 우리가 조금 더 잘 아니까, 우리의 이해관계와 밀접하니까 우리가 미국에 대해 안된다는 것은 안된다, 이렇게 하자고 충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6자회담 성공한 거요. 그런 데다가 이제는 한국도 6ㆍ25 때 한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과거 20, 30년 전 한국이 아니고 이제는 한국이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이고 월드컵과 올림픽을 다 해낸 국가입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한국이 50년 이내에 세계에서 미국 다음의 경제 발전하는 국가가 된다, 한국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1,000불까지 간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습니다. 독일 디벨트지는 한국이 30년 후 독일을 앞서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평가를 받고 했는데 언제까지 미국에만 의존해야 합니까. 그런 식의 안보 생각은 안 갖는 게 좋습니다. (미국에 할 말을 하면) 북한관계를 연계시켜서 북한으로 하여금 조금 더 평화적으로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일면만 보지 말고, 반대면도 보면서 처리해야죠."
_주한미군 재배치가 진행 중이고 전작권은 2012년 이양 받기로 하는 등 한미동맹관계가 재조정기에 있습니다. 한미동맹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요.
"이것도 양면이 있어요. 우리가 전작권을 맡고 미군이 일부 나가면 우리 안보에 대해 취약점이 생기거나 문제점이 생길 수 있어요. 반면 미국이 한국 앞세워 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온 북한에 이제 전쟁을 안 하는 평화체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상하자고 제안하고 평화체제를 강화시키면 오히려 전화위복을 만들 수 있어요. 군사전문가가 아니라서 타당한지는 모르지만 미군 2사단은 북한으로서는 가장 겁나는 적이었거든요. 이렇게 후방으로 가고 미군이 〈歐?대신 북한도 개성 일대 어느 군대를 후방으로 돌리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모든 것을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태를 역이용해서 평화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그런 생각을 해볼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_한미 FTA가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반대의견이 많고 발효까지는 진통이 예상됩니다.
“한미 FTA는 안보면에서 볼 때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경제동맹까지 이뤄진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큽니다. 미국이 한국에서 경제적 이익이 증대되면 안보에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됩니다. 미군 재배치와 전시작전권 반환 찬반도 있고 하는데 경제 FTA는 군사동맹에 대해 조금 걱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보완적 입장에서도 안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경제와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지요. 또 하나, 지금 우리는 석유가 나와서 된 것도 아니고, 황금이 나와서 된 것도 아니고, 무슨 광물자원이 나와서 된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결국 우리가 무역을 해서 된 것입니다. 미국은 큰 시장입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가 다 FTA 하는데 우리만 안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시장에서 완전히 쫓겨나는 것입니다. 지금 EU하고도 하고 장차 중국 일본하고도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게 경제의 대세인데 미국하고 안 할 수 있습니까.”
_국내 피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우리가 차지할 것만 하고 상대에게 줄 것 주지 않는 FTA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내 피해 부문에 대한 보완입니다. 예를 들어 농업은 두 가지를 해야 해요. 우선 긴급 구제대책을 세워야 하고, 농민들이 창의적인 영농을 통해서 축산을 통해서 세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줘야 해요. 덮어놓고 구제만 하면 아무 것도 안됩니다. FTA를 기회로 경쟁력을 길러 세계시장에서 이겨내야 전화위복이 될 수가 있습니다. 중국은 뒤에서 쫓아오고 일본은 앞에서 달려가니 우리는 큰일 났다는 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랑 안의 소처럼 양쪽 풀을 뜯어먹을 수가 있습니다. 거리도 가깝고 문화도 가깝고 그러니까 서구나 남미 국가보다는 월등하게 우월한 조건인데 그것을 잘 이용하느냐 못하느냐는 우리의 능력입니다.”
_남북관계는 북미관계나 핵 진전에 따라 반발짝 뒤에 가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있어요. 우리가 긴장완화를 위한 여러 조치나 경제협력은 6자회담과 관계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런 것은 진전 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시키고 핵 없애야 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우방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합니다. 양립이 가능합니다.”
_범여권 인사들이 김 전대통령을 빈번히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서 훈수정치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원래 장기나 바둑 안 좋아하시는데.
(웃음)“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정치 오래한 사람이고 대통령까지 했으니까 소위 원로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치인들이 전직 대통령에게 와서 여러 의견도 듣고, 자기 말 하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또 선배가 후배에게 훈수하는 건 있는 일이죠. 내가 하는 일은 누구를 지지하거나 누구를 반대하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이야기는 국민이 걱정하니 희망하니 여권이 하나로 뭉쳐라, 야당은 하나로 돼 있으니까 1 대 1로 해라. 그리고 페어플레이 해라 등등의 것입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것 아닙니까.”
_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실 정치에 깊이 간여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여권에 대해 현재 여권 어느 사람보다 관계가 깊습니다. 1955년 창당부터 관계가 있는 사람입니다. 50년 당 역사에서 내가 한 30년을 당 지도부 노릇을 했습니다. 내가 전생을 다 바쳐 봉사한 당과 사람이 4분5열 돼 어느 바닥이고 누군지도 모르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당 지지하던 국민들도 아주 걱정이 크고, 그렇지 않은 국민들도 저렇게 해서야 되느냐, 그런 생각을 다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점에서 내가 책임감 갖고 하나로 뭉쳐라, 누구를 뽑는 것은 당신들이 알아서 해라, 정책도 당신이 알아서 해라, 그러나 하나로 뭉쳐 야당과 1 대 1로, 국민이 흥미 갖고 기대 갖는 경쟁마당을 만들어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왜… 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돌아다니면서 운동도 하는데, 그런 얘기하는 것 갖고 무슨 내가 정치금지법에 걸려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_ 김 전 대통령께서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의도 사정을 보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4분5열 되는 구도인데 하나로 통합이 가능할까요.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김한길 박상천 두 분 이야기도 듣고 하는데 조금씩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지금 그 분들 얘기한 범위에서 들어보면 다 대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어요. 후보 단일화 안 해 가지고는 선거 하나마나라는 것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죠.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이 뭘 바라는가 하는 거죠. 국민은 여야 1 대 1로 해서 정책을 내놓고 싸워라, 그러면 인물과 정책 보고 찍겠다 이거 아닙니까.”
_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매우 낮아서 그 이미지를 안고 가는 게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한나라당, 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하는 당, 그리고 중도개혁신당이 만들어져 3자구도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아까 다 이야기했으니까….”(배석했던 박지원 비서실장은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 안 하신다며 다 뭉쳐서 하라 그런 이야기라고 부연설명).
_올해 대선에서 대북정책이 뜨거운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대선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엊그제인가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한 것을 잠깐 TV에서 봤는데 역시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화해협력의 정책 추진한다고 합디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박근혜씨나 이명박씨도 대북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선거 본격화되고 정책대결이 되면 그 문제는 싫건 좋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겠지만, 그 때 정책들 방향이 잡혀질 것이고 국민도 여야가 한 이야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햇볕정책 이외에 대안이 없어요. 햇볕정책 안하면 전쟁하자는 것인데 안 그러면 냉전을 해서 과거 차디찬 냉전 속에서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는 생활을 하자는 건데 그걸 지지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어요.”
_6ㆍ10항쟁 20주년을 맞았는데 민주개혁세력이 20년 동안 한 것도 많지만 실패론 책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의 실패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세 번 독재자를 패배시켰습니다. 4ㆍ19 당시 이승만 독재자를 그랬고, 박정희 독재자를 그랬고, 6월항쟁을 통해 전두환 독재자를 패배시켰습니다. 민주세력이 큰 역할을 했고 국민이 언제나 동참해서 국민들의 여론 속에서 독재자가 물러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6월항쟁은 반독재 투쟁의 결정타입니다. 민주화투쟁의 백미예요. 6월항쟁 이후는 다시는 독재자가 못 나타납니다. 6월항쟁의 위대한 승리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6월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그 이후로 계승을 한 게 국민의 정부이고 참여정부입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 교체를 이뤘습니다. 많은 민주적인 일들을 했습니다. 인권 신장 시키고 여권 신장 과거사 진상규명을 했고 외환위기를 극복해서 세계로부터 격찬을 받았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이나 4대보험 개혁 같은 것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상당히 확충했고. 남북관계도 발전시켰고. 이런 게 전부 민주세력이 한 것 아닙니까. 노무현 정권에서도 제가 일일이 이야기 않겠지만 크게 봐서 민주주의와 투명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했잖아요. 또 여러 가지 서민층이나 주택문제 어려운 사람 문제 등 하고 있잖아요. 단순히 실패했다 그러는데, 민주세력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과거 독재에서 소수에 부 집중, 무더기 용공분자를 만들어 아까운 목숨 앗아가고 이런 것이 성공한 것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무지 아니냐, 악의에서 나온 말 아니냐 생각합니다. 물론 부분적 실패나 잘못은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대형 부정 많았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형비리가 없어지고, 정경유착해서 권력이 마음 먹으면 누구든지 부자를 만들고 어떤 부자도 거지 만들고 하는 일이 없지 않습니까. 매일 거리에서 최루탄 맞고 쫓겨 다니던 사람들이 이제는 국회에 10명이나 들어가 의석을 갖고 노동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어째서 민주화 업적이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대단히 무지나 악의에서 한 것 아니면 잘 몰라서 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_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말임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임기 말 대통령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참 침묵하다가) “노 대통령 자신이 총명한 분이니까 모든 것 판단해서 잘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잘한다 못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전달해서 해야지 그것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박지원 실장이 국민의 정부 마지막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대선공약과 추진하던 것 중 미진한 것을 각 부처를 통해 뽑은 게 71개였다며 (김 전) 대통령님이 2월25일 이취임식인데 21일 회의 때까지 전부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은 새 정부에 넘기라고 지시하셨던 것을 보면, 우리가 대통령님 모시고 일을 했지만 마지막까지 국정의 중심에 서서 모든 국민을 위한 업무를 처리한 것은 감회가 새롭다고 하자) 미국이고 어디고 정권이 말기에 들면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잖아요. 우리는 여당 사람들이 협력 부족하고 그런 상태여서 내가 정부에서 각 부처가 둘 내지 셋 정도로 임기 말까지 꼭 마무리하고 나간다 하는 것을 뽑아라. 그게 71개였습니다. 매일매일 체크하면서 21일까지 가서 끝냈는데, 아마 7할, 8할은 마무리 짓고 끝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임기 마지막날까지 레임덕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목표를 갖고 계획을 갖고 업무를 수행해 나갔으니까요.”
_그런데 그 때는 조용하게 하셨지요.
“…”(미소만 지음).
정리 양정대기자 torch@hk.co.kr정상원 기자 ornot@hk.co.kr
■ 인터뷰 스케치/ 남북관계 얘기 '술술'… 정치 현안엔 말 아껴
7일 동교동 자택에서 한국일보 특별 인터뷰에 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다. 예정된 1시간을 15분이나 넘겨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꼿꼿하게 앉아 해박하고 명쾌한 답변을 이어갔다.
남북관계 현안과 한반도의 미래, 한국 정치 현실을 질문하자 김 전 대통령은 각종 통계와 대통령 재임시 경험 등을 들어가며 막힘 없이 대답했다. 보수세력의 집중 공격대상인 햇볕정책을 옹호하거나 민주화세력의 업적에 대해 반론을 펼 때는 허공을 가르는 특유의 손짓과 함께 목소리 톤이 고조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범여권 대통합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언론을 상대로 직접 얘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는 총론 차원의 언급이고 구체적인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강경한 발언과 관련해 임기말 대통령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나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목표를 갖고 업무를 수행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범여권 내 대통합 소통합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합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일축할 뿐이었다.
하지만 훈수정치 비판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도 한다. 내가 정치금지법에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일각의 민주세력 실패론에 대해서도 “대단히 무지하거나 악의에서 한 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최근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도 해보니 신장이 나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데는 다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색은 퇴임 직후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시한 뒤 “일부 대신문은 논조가 상당히 편향적인데 한국일보는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있어 존재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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