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세용 민족사관고 부교장은 최근 자신이 펴낸 책에서 “민사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국어능력은 기본”이라고 언급했다. 국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민사고는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고, 상당 수 졸업생을 해마다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대) 등 세계의 명문대에 보내는 학교지만 “의사소통 능력과 논리적인 사고는 결국 올바른 국어능력으로 뒷받침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민사고측은 올해부터 지원자들에게 의무적으로 한국언어문화연구원(언문연)이 주관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성적표를 제출토록 했다.
학교ㆍ기업 반영 늘어나
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은 비단 민사고만이 아니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을 입학전형 또는 사원채용에 반영하는 학교나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중에선 민사고(강원 횡성군) 상산고(전북 전주시) 현대청운고(울산)가, 외국어고 중에선 안양외고와 김포외고가 국어능력인증시험의 일정 점수 이상 획득을 지원 자격으로 걸고 있다. 대학은 성균관대 동아대가 입학전형에, 청주대 춘천교대 등은 졸업 인증에 반영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아예 ‘5급 이상’을 지원자로 못박았고, 한국전력은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준다.
배동준 국어능력인증시험 시행본부장은 이런 추세에 대해 “시험이 단순히 어휘력이나 국어 전문 지식을 따지는 게 아니라 언어로 사고하는 능력을 측정하다 보니 ‘입학ㆍ입사 전형 기준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여기는 곳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순일 잡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기업 담당자들이 신입사원에게 불만스러워 하는 점은 모자란 영어실력이 아니라 의사소통이나 업무처리 능력에 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거나, 작성한 보고서가 도대체 뜻 모를 말들로 가득 차 있는 이유는 전부 모자란 국어능력 탓이라는 뜻이다.
어떤 시험인가
국어능력인증시험은 크게 언어기초ㆍ언어기능ㆍ사고력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 시간은 2교시에 걸쳐 총 130분이다. 이 중엔 듣기평가도 30분 포함돼 있다. 주관식 10문제를 포함해 모두 90문제를 풀어야 한다. 언어기초영역은 어휘ㆍ어문규정을, 언어기능영역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능력을 평가한다. 사고력영역은 사실적 이해, 추론, 비판, 창의력 부분을 평가한다.
어느 시험이든지 목표를 정해 놓는 것이 우선이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은 절대평가다. 200점 만점으로, 121점 이상부터 급수가 주어진다. 학교나 회사에 따라 요구하는 급수가 다르고 점수 환산방법이 천차만별이므로 자신에게 필요한 급수를 확인해야 한다. 특이한 사실은 역대 시험 응시자 가운데 1급(185점 이상)을 취득한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문연 관계자는 “토플 토익을 볼 때처럼 국어도 악착같이 공부한다면 1급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은 듣기 비중이 높다. 들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답을 추론해야 한다. 단순히 발음이 들리고, 안 들리는 차이에 따라 점수가 확 갈리는 토플 토익 등 영어시험 듣기와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신문 기사를 낭독하거나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논지를 파악하고 반론을 제시하는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된다. 홈페이지(www.tokl.or.kr)에서 시험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설명서도 꼼꼼히 읽는 습관을
국어능력인증시험의 특징은 지문의 출제 범위가 넓다는 데 있다. 국어로 된 말과 글이라면 언제나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신문 방송 출판서적 인터넷을 넘나드는 지문과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특정 분야나 범위를 ‘찍어서’ 공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출제진 측의 설명이다. 이지훈 언문연 수석연구원은 “특정 지문을 미리 알고 있느냐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는 지문을 받아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정리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신문, 계약서, 심지어 제품 설명서 등을 그냥 흘리지 말고 꼼꼼하게 살펴 보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나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분명하게 확인하고 넘어가는 작은 습관이 고득점의 비결이라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그래도 공부방법의 으뜸은 신문 보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언문연 관계자는 “국내ㆍ외를 망라하고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분야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신문은 국어능력인증시험 출제에 가장 많이 반영되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전문 인력이 물샐 틈 없이 교정ㆍ교열을 본 검증된 텍스트가 실린다는 점도 신문을 권하는 중요한 이유다.
<국어능력인증시험 예시> 국어능력인증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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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입자인 미성년자가 요금을 내지 못하면 가입자의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② 가입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라도, 요금 미납 사실은 가입자에게만 통지하면 된다.
③ 미성년자인 가입자가 요금을 미납한 경우, 그 부모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④ 가입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보증보험사는 가입자의 부모에게 대위권을 행사해야 한다.
⑤ 미성년 가입자가 요금을 미납한 경우, 보증보험사는 부모의 동의 하에 미납 요금을 변제해야 한다.
정답: 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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