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인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가 엊그제 모교인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개인용 컴퓨터 혁명의 미래를 예견하고 대학 3학년 때 중퇴한 지 32년 만에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황제’로 돌아와 명예 졸업장과 함께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였으니 본인의 감회는 남달랐을 법하다. 그는 그 영광을 가족과 동문들에게 돌린 뒤, 후배들에게 “혜택을 누린 만큼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이미 재산(550억달러 상당)의 반을 내놓아 만든 재단을 통해 아프리카 등 빈곤국의 질병 예방과 기아 퇴치에 힘써 왔고 나머지 재산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그이지만, 이날 연설은 특히 경청할 대목이 많다.
그는 먼저 수백만, 수천만 명을 절망에 빠뜨리는 부와 기회의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버드대를 떠난 자신을 질책했다. 이어 “하버드생들은 재능과 특권, 기회를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가진 만큼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헌신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IT혁명과 기술혁신도 인터넷 등으로 연결된 인적ㆍ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힘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창했다. 끝으로 그는 “(졸업생들이) 30년 후 다시 모교를 찾을 때 직업적 성취 대신 불평등 해소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로 자신의 인생을 평가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와 하버드대라는 이름만 가리면, 듣고 보기 어렵지 않은 좋은 연설 중의 하나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창조적 미래를 설계하는 바로 그 점이 가장 부럽게 다가온다.
이 장면을 굳이 우리의 강퍅한 정치사회적 현실에 투영해 자괴감을 갖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가 작게 느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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