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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러시아의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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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러시아의 '신냉전'

입력
2007.06.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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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사일방어(MD) 기지의 동유럽 설치계획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제안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역제안은 체코 대신 아제르바이잔에 양국이 공동 레이더기지를 설치하자는 것이지만 그 진의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당장의 관심은 미국이 이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쏠려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MD 시스템 논쟁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퇴행성’ 흐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군축 진전없고 말과 행동도 달라

무엇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 사이에 군비증강 등을 겨냥한 군사력 우선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기의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2년 이후에는 그 어떠한 의미 있는 군축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미국은 중국 등의 군사력 불투명성을 비난하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한 나라의 자발적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대국들은 저마다 다른 상대방을 의심하거나 상대방 핑계를 대면서 언제든 군비증강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핵탄두를 신형으로 교체하려 한다거나,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개발이 완료됐다는 등의 얘기들은 이제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정도로 일상화됐다.

미ㆍ러가 과거 냉전시대처럼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군사 분야에서의 경쟁과 비타협적 노선들은 이미 ‘신냉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말로는 신냉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고 있으나 그들의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위기의 또 다른 본질은 양국의 최고 지도자, 즉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독선, 권위주의 등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기술적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동유럽 MD 설치를 서두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

MD를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성과는 매우 제한돼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업적에 굶주려 동유럽 MD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냉소어린 시각도 있다.

■ 푸틴의 MD기지 역제안 파장

미국의 MD 구상에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그것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도 도마에 올라 있다. 독재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고 이웃 나라들을 못 살게 구는 행동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미국과의 위기를 애써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MD 문제든 다른 무엇이든 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 새로운 지도자들이 나서서 논의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주 그럴듯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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