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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절감·오염경감·체증감소… 작은 택시"만족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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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절감·오염경감·체증감소… 작은 택시"만족 질주"

입력
2007.06.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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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에는 작은 택시가 최고 입니다.”

택시 운전 35년 경력의 박수생(58ㆍ일진운수)씨는 요즘 ‘택시 운전하는 맛’에 푹 빠져있다. 회사에서 내준 1,600cc급 작은 택시를 몰면서부터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모두 배기량 2,000cc급 중형이거나 그 이상의 대형(모범) 일색이다.

이처럼 중ㆍ대형 택시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박씨는 2월 ‘작은 택시 1호’의 열쇠를 넘겨 받았다. 처음엔 ‘작은 택시로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구심이 상당했다. 그로부터 넉 달. 박씨는 작은 택시 예찬론자가 됐다.

“연료가 적게 들어 수입이 늘었어요. 환경오염을 줄이고 교통 체증까지 덜 유발하니 복잡한 우리나라에선 제격입니다. 승객 90%가 ‘나홀로 손님’이니 작아도 문제없고, 작아서 더 잘 달리니 손님들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박씨의 ‘전도’ 탓인지 회사는 “작은 차를 달라”는 다른 기사들의 아우성으로 즐거운 고민이다.

일진운수 박철영 전무는 “3, 4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중형(배기량 1,500~1,999cc) 중에서도 1,600cc급의 작은 차를 도입 했는데 인기가 매우 좋다”며 “2월 이후 도입한 택시들은 모두 준중형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택시는 모두 98대. 이 중 22대가 작은 택시다. 새로 들여오는 택시도 모두 작은 차로 구입할 계획이다.

박 전무는 “지난 4개월 동안 운행 일지와 연료소모 대장을 분석한 결과 평균 25% 정도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월 15만원인데 작은 택시를 모는 기사들에게 그 만큼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뜨겁다. 승객 김민정(28)씨는 “가만히 보면 혼자 택시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가능하면 앞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작은 택시를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준(36)씨도 “택시 이용이 ‘사치’로 여겨지던 시절 부득이 택시를 탈 때는 꼭 소형이던 포니만 골라 탔던 기억이 난다”며 작은 택시 재등장을 반겼다.

소형과 중형으로 양분됐던 택시들이 중형 일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는 1992년. 건설교통부가 차량 고급화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중형택시 확대 보급 방침’을 내놓으면서부터. 외환위기 이후 소형택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교체 비율과 세금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번번이 무산됐다.

시민들은 작은 택시의 등장을 크게 반기고 있다. 김두식(56)씨는 “택시들이 갈수록 대형화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택시보다 못한 차를 승용차로 굴리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식의 과소비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택시가 작아지면 승용차도 대형화로만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택시 배기량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며 “사업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경차 택시도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경기 침체에 따라 소형 택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수요가 있고 업계 요구가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권 확장 차원에서라도 소형 택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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