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과 귀로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장애인 부부가 대학 기숙사에 둥지를 틀고 ‘작가의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기숙사 210호. 6평 남짓한 방이 시각ㆍ청각장애인 조영찬(37)씨와 지체 장애3급인 부인 김순호(45)씨 부부의 보금자리다.
부부가 대학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유는 남편 조씨가 올 3월 이 대학 점자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조씨는 지난 해까지 신학대에 다니다가 1년 만에 올해 나사렛대로 학교를 옮겼다. 집에서 학교로, 강의실에서 강의실로 이동하는 것이 강의 듣기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아내의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부부가 대전 집에서 2시간 거리를 통학하기도 어려웠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안 학교측은 남녀 혼숙은 절대 안 된다는 기숙사 규칙을 바꿔 부부가 살 수 있도록 했다. 또 앞을 보지 못하고 들을 수도 없는 조씨를 위해 강의 내용을 점자로 번역해 주는 도우미까지 배정했다. 김씨는 남편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24시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돕고 있다.
강의실에도 함께 들어간다. 강의 시간에 부부는 항상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언뜻 수업을 듣지 않고 딴 짓 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김씨가 수업 내용을 남편 손등에 점화(손등을 통해 전달하는 수화)로 전달해 주는 것이다. 조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사회와 주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졌다”며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늘 불안하다. 수입은 정부에서 매월 주는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 70만원과 학교에서 김씨를 교내 생활도우미로 선정해 월 40만원을 받도록 해준 것이 전부다. 그 돈으로 기숙사 밥값과 교재비,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결혼 이후 지금처럼 행복한 시절이 없었다”며 “생활고로 남편의 꿈이 무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나사렛대 임승안 총장은 “혼신을 다해 노력하는 조씨를 바라보면 헬렌 켈러가 떠오른다”며 “조씨 부부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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