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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 편협한 한국인

입력
2007.06.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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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인 출입금지-노골적 차별

‘동남아인 출입금지’. 한국에 유학 온 베트남인 P씨는 최근 경기도의 한 헬스클럽 앞에 적힌 이 같은 팻말을 보고 맥이 탁 풀렸다. P씨는 “동남아인들이 한국에서 3D 업종에 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사람 자체를 ‘저질’로 보는 것 같다”며 울컥해 했다.

국내 굴지 은행에서 해외업무를 맡고있는 중국인 왕뢰(29)씨는 한국TV에서 중국 관련 뉴스만 나오면 TV를 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왕씨는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보며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부럽기도 했지만, 뉴스에서마저 툭하면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중국은 모두 열등하다는 식으로 말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아시아 5개국 대사 초청 세미나에서는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대사들까지 나서 “한국이 아시아계 근로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매맞고 욕먹는 외국인 노동자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사실 거론하기조차 새삼스럽다. 한국인 누구나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 안의 인종차별 의식에 대한 들끓는 지적이다. 영미 선진 국민들에겐 필요 이상 순종적이면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유색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조롱하고 멸시하는 태도에 대한 뼈아픈 지적인 것이다.

최근 “워싱턴에 가보니 검둥이들이 우글우글하던데 무서워서 어떻게 사느냐”라며 흑인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이효선 경기 광명시장의 경우처럼 우리의 편향적 인종주의 성향은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된 1980년대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조사’에서도 50.7%가 직장에서 욕설 또는 조롱을 받았다고 답했고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30.5%에 달했다. 특히 이 같은 욕설이나 폭행이 직장 상사보다 동료 한국인에게서 당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부분은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결국 국가이미지 실추 뿐 아니라 우리의 국가 경쟁력 자체도 좀 먹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문화적 다양성과 개방성’과 관련된 항목으로 매년 거의 꼴찌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2007년 평가에서도 전체 55개 국가 중 ‘인종ㆍ양성 차별 정도’가 51위, ‘문화적 개방성’은 꼴찌인 55위, ‘이민법’이 49위였다. 이런 항목들은 대부분 설문조사에 기반한 순위인데, 외국인들이 그만큼 한국을 배타적이고 편협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국심’ 탈을 쓴 인종주의-다민족 국가 준비 미흡

특히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우리 문화의 편협성이 ‘민족주의’라는 허울 좋은 외피를 둘러쓰고 있다는 점이다. 저개발국가 국민에 대한 멸시나 조롱이‘애국심’이나 ‘민족적 자긍심’ 등으로 포장돼 부지불식간에 노골화되고 있는 것.

최근 불법체류자를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안티 외국인 노동자 사이트도 적지않게 생겼지만, 이 역시 인종적 편견의 한 단면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불법체류자가 많은 국가의 국내 범죄율이 오히려 경제선진국이나 국내인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단일 민족’이라는 우리의 오래된 관념과는 별개로, 우리사회의 현실은 빠르게 다민족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올 4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92만6,879명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국제결혼 수가 18만 건에 육박하고 농어촌 지역에서는 한 해 결혼의 38%가 국제 결혼일 정도다.

앞으로 2~3년 후면 결혼 이주자 가족의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이에 대한 준비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인종주의 왕따’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우삼열 사무차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등으로 우리 내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이들과 공존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서 우리 자체도 다문화 다인종사회로 변하고 있는데, 폐쇄적이고 닫힌 민족의식에 머물러 있는 한 비전이 없다”며 “앞으로 몇십 년 후 우리사회에서 지역주의를 대신해서 인종주의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문화의 배타적 편협성은 국가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서 우리사회의 경쟁력이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얘기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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