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은 반세기를 갓 넘긴 국내 증권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기존 금융업계 판도에 거센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자통법의 핵심은 그간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으로 엄격히 구분돼 있던 자본시장 내 업종간 벽을 허물어,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일정한 시장진입 요건을 갖춰 금융투자은행으로 다시 인가를 받거나 등록을 한 뒤 기존에 취급해온 업무 외에 그간 선물회사나 운용사가 하던 영역까지 다룰 수 있게 된다.
즉 은행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향후 국내 금융업계의 판도도 기존의 은행 중심에서 ‘은행-보험-금융투자회사’의 3두 체제로 재편되고 각 업권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잇따라 증자를 실시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법이 통과되면 규모나 영업력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은행이나 보험사와도 자산관리 부문 등에서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려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사이즈를 감안할 때 앞으로 4~5곳 정도의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등 모회사가 은행인 증권사들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산운용사, 보험사를 끼고 있는 증권사들 사이에 각자의 장점을 살린 업무영역 분화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케팅 역량은 물론 자본 측면에서도 열세인 중ㆍ소형사들은 지금처럼 수익이 낮은 브로커리지 업무에 치중하거나 대형사들이 손대지 않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의 업무영역과 금융투자상품의 범위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중ㆍ소형사들에게 돌아갈 파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변신은 궁극적으로는 금융 소비자들에게도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소액 자금이체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고객들은 별도의 은행계좌가 없어도 카드대금 결제, 각종 공과금 납부는 물론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까지 증권사 계좌 하나로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투자자 보호도 대폭 강화된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의 내용은 물론 투자위험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소홀히 해서 고객이 손해를 입을 경우에는 투자손실을 물어줘야 한다. 또 ‘묻지마 판매’를 막기 위해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재산상태, 과거 투자경험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서면으로 확인토록 하는 ‘고객 알기’ 의무도 신설된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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