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 정부 보증 역모기지 상품이 처음 출시된다. 최대 3억원의 담보를 제공할 경우 65세에 계약하면 매달 약 85만원, 70세에는 약 106만원, 75세에는 약 135만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은퇴생활자가 보유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노후생활자금을 매달 연금 방식으로 받는 대출상품인 역모기지는 보유재산 중 주택의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매우 유용한 노후보장 대책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금융기관 손실 보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기업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과 농협, 삼성화재, 흥국생명 등 8개 금융기관은 다음달 11일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 상품을 판매한다. 이번에 출시될 역모기지 상품은 이용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된다는 점이 신한은행,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의 기존 역모기지 상품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존 상품의 경우 대출기간이 10~15년으로 만기 후 대출금액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이 주택을 차압하는데다 가입자격이 40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노후자금 대출이라는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어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하는 역모기지의 경우 이용자가 오래 생존해 담보금액 이상의 연금을 받게 되더라도 금융기관의 손실을 주택금융공사가 보전해주기 때문에 이용자는 평생 위험 부담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조기 사망해 대출금이 담보 주택 가격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을 상속자가 받을 수도 있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
공적자금의 보증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본격 역모기지 상품인 만큼 가입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부부가 모두 만 65세 이상인 고령자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은 70세이고, 부인이 62세인 경우, 부인이 65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등 6억원 이하 주택이면 모두 가능하다. 단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실버주택이나 오피스텔, 전ㆍ월세 등 임대 중인 주택, 자녀나 형제 등 제3자가 소유하거나 재건축ㆍ재개발이 예정된 주택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면 가입할 수 없다.
연금 지급 기간은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이 승계돼야 한다. 중도에 집을 팔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 등에는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연금 지급 방식은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종신지급형’과 대출한도의 30% 내에서 일정 용도에 맞으면 교육비, 의료비, 주택수선비용 등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종신혼합형’ 두 가지다.
연령 높을수록 액수 커져
매달 받게 될 금액은 담보 액수가 클수록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많아진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지급액수는 이달 말께 확정되지만, 담보 최대 액수인 3억원을 만 65세에 맡기면 매월 85만원 내외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조건으로 70세에 가입하면 매달 106만원, 75세에 가입하면 135만원 내외를 받게 된다. 이 관계자는 “가입연령이 높아질수록 수령 연금 증가폭이 커지기 때문에 기대 수명 등을 감안하면 70대 초반에 가입하는 게 혜택이 가장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에 출시될 정부 보증 역모기지 상품의 성패는 소유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노년층의 정서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느냐에 달려있다. 집을 물려 받으려는 자식들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다. 주택공사 측은 “주택에 대한 전통적 정서와의 충돌 때문에 역모기지가 정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최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현재 50여만 가구 내외로 추정되는 역모기지 대상 가운데 10년 내에 2만5,000가구, 즉 20가구 중 한 가구는 역모기지 상품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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