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의 7일 선거법 위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단순한 불쾌감의 표시가 아니라 "정치중립을 요구한 선거법은 위헌"이라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선관위 결정에 대한 불복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현행 선거법을 지지하고 따르는 선관위와 한나라당에게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8일 "어디까지가 정치중립이고 선거중립이냐. (선거법의) 모호한 구성요건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보장한 공무원법과 선거중립을 규정한 선거법이 서로 상충된다는 주장을 통해 선관위 결정을 반박한 것이다.
또 선거법의 공무원 선거중립 조항을 위헌이라고 명시한 점을 감안하면 결국 청와대가 이 사안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를 여러 방도를 찾아 고쳐나가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노 대통령의 의중이 잘 나타나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것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부당한 공세에 대한 정당한 방어 차원의 발언은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댔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의 감세론과 경부 대운하에 대한 비판을 거듭했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독재자의 딸'이란 발언을 다시 꺼냈다.
선관위의 위법 결정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자신의 발언을 문제삼는 한나라당을 겨냥해서는 "계속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 논리도 들어있다.
노 대통령은 이밖에 지역정치의 폐해를 강조하면서 정책으로 차별성을 갖는 세력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주문하면서 언론이 대선정국에서 특정 세력과 결탁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어느 정도 의도가 분명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현행 선거법에 대한 개정의도다.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통해 대선정국을 포함,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을 최대한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미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방안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결국 대통령 선거중립 논란은 선관위 결정에 이어 헌법재판소로 옮겨지며 장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기간동안 노 대통령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선거법의 헌법상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우회적으로 야당 비판 등의 정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있는 듯 하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정책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친노세력이 범 여권 통합의 중심에 서야 대선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그 정점에 자신이 서 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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