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원강대 특강에서 중앙선관위의 7일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위반 결정과 선거법 위반 논란 행위의 자제 요청을 정면으로 치받자, 선관위는 다시 바빠졌다. 선관위는 이날 대통령의 발언 전체에 대한 분석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지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관건으로, 지금은 정보수집 단계"라며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행위인지, 순수한 정책판단인지 다각도로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소집할 것이라는 의미다.
선관위는 이날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내려진 바로 다음날 노 대통령이 "이번 결정은 위헌"이라며 선관위를 사실상 공박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을 다시 비판한 것은 선관위를 불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7일 선관위원 표결에서 노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여부에 대해 위반이 아닌 쪽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고현철 위원장은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해 봐야 겠고, 지금으로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 선관위원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또 다른 선관위원은 "선관위 결정 직후 청와대로 보낸 선관위 공문 내용이 가이드 라인"이라고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또 다시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더 높은 단계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계속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규정한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및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적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관위는 7일 전체회의 결정 후 대통령에게 선거중립 의무를 준수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안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편 선관위는 "어디까지가 정치 중립이고, 선거 중립이냐.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의) 모호한 구성은 위헌"이라는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관위측은 "선관위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간섭하거나 재단할 이유가 없다"며 "선거법 상 잣대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행위인지 여부만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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