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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월 항쟁 20년의 자성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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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월 항쟁 20년의 자성과 다짐

입력
2007.06.0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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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투쟁하여 마침내 승리하던 기억은 벅찬 감격이었지만, 그 후 이룬 민주화의 성과를 돌아볼 때 감격의 빛은 쓸쓸하게 바래진다.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분야별 성과를 점검하는 행사가 잇달아 열리고, 정부는 10일 처음 공식적인 6ㆍ10 민주항쟁 기념식을 거행한다. 기념식에는 목숨을 바쳐 민주투쟁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고 또한 승리로 이끌었던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가족들도 참석한다.

1980년 '서울의 봄'을 유린하고 권좌에 오른 군사독재 세력이 민주화의 마지막 싹까지 밟으려 했던 것이 87년 항쟁의 출발이었다. 1월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물고문으로 살해되고, 6월 9일에는 연세대생 이한열씨가 반독재 시위 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 전국에서는 도시 직장인인 '넥타이 부대'를 비롯하여 학생과 주부, 노인들까지 들고 일어나 '독재 타도' '대통령 직선제 쟁취'의 함성을 울렸다.

근 20일 간 이어진 힘겹고 치열한 투쟁은 마침내 29일 군사정권으로부터 '시국수습을 위한 8개항'의 선언을 받아냄으로써 승리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주도 세력이 없었던 탓에, 군사독재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못하고 타협하는 선에서 미완의 혁명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서울의 봄'부터 6월 항쟁까지의 쓰라린 굴욕과 억압의 기간을 거치며, 우리는 다시는 군사독재 같은 파쇼체제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민주화는 아무도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오늘의 시민에게 6월 항쟁은 머나먼 과거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이며,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역사다. 6월 항쟁은 4ㆍ19혁명이나 광주민주화항쟁 이상으로 암울한 시대를 현대사의 가장 빛나는 시대로 바꿔 놓은 기념비적 운동이며 사건이다. 절반의 승리였으나, 최초로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거둔 값진 승리이기도 하다.

마저 쟁취하지 못하고 남겨 놓은 그 절반의 승리는 지난 20년 동안 점진적으로 이뤘어야 했다. 사회 각 분야에 민주주의적 사고방식과 행동, 질서, 실천을 내면화ㆍ육화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거칠고 미성숙하다. 너나없이 정치적 자유는 구가하고 있으나, 지금의 정당정치의 수준은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가. 국민은 아랑곳없이 교만해진 정치인과 권력화한 언론들이 이전투구하며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신자유주의 하에 또 맞게 되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경제적 민주화를 제도화하는 일도 크고 항구적인 숙제로 남아 있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노사관계를 평화롭고 생산적으로 정립하는 일 또한 사회발전을 위한 과제다. 각자 엄정한 자성과 실천의지를 가다듬어, 20년 전 6월 항쟁의 의미를 늘 새롭게 높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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