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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튜어트 휴즈 서구지성사 3부작…20세기 지적 탐구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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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튜어트 휴즈 서구지성사 3부작…20세기 지적 탐구 결산

입력
2007.06.0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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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모니, 공자 등이 거의 동시에 출현한 기원전 500년 전후를 ‘기축(基軸)시대’로 불렀다면, 미국의 역사철학자 스튜어트 휴즈는 1890~1930년을 인류 역사상 가장 새롭고 창조적인 전환의 시기로 보았다. 인류 역사의 중요 이론을 만든 사상가들, 예컨대 프로이트, 베버, 크로체, 베르그송, 파레토, 융, 딜타이, 슈펭글러, 뒤르켐 등이 모두 이 시기에 활동했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이 낸 휴즈의 서구지성사 3부작 <의식과 사회> <막다른 길> <지식인들의 망명> 은 바로 이 1890~1930년대와, 이후 1965년까지 서구의 지적 전통을 살피는 방대한 작업의 결실이다.

1부 <의식과 사회> (황문수 옮김ㆍ488쪽ㆍ2만5,000원)는 휴즈가 말한 바로 그 변혁기를 다룬다. 그 시절 유럽은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이론이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당대 지성들이 보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반실증주의였다. 인간을 질서정연한 체계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엄밀성, 객관성, 보편성을 모델로 삼은 실증주의로는 인간과 사회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으로 사회와 역사를 설명하려 한 것도 이 시기 지성들이 보인 특징이다.

<막다른 길> (김병익 옮김ㆍ368쪽ㆍ2만원)은 1930~1960년대 프랑스 사회사상을 살핀다.

당시 프랑스는 경제ㆍ외교ㆍ군사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자신들의 문화적 우월감이 허세였음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 이념적 모색에 나선다. 휴즈는 그 구체적 사례로 문화와 일상으로 역사를 보는 아날학파와 자크 마리탱 등 가톨릭 사상가를 소개하지만, 이들의 지적 탐색도 결국 국가적 자부심의 기이한 복합체라고 지적한다.

휴즈는 그러면서도 식민지 알제리에서 성장하고 이방적 사유와 정서로 프랑스의 문화적 폐쇄성을 깨트릴 수 있는 지성들 예컨대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 고고학자 테야르 드 샤르댕,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 등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지식인들의 망명> (김창희 옮김ㆍ376쪽ㆍ2만원)은 파시즘이라는 새로운 시련을 맞아 영국, 미국 등으로 망명한 중부 유럽의 지성들을 조명한다.

그 가운데 아렌트, 노이만, 보르게세 등은 파시즘의 기원을 심리적, 계층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그것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은 파시즘을 자유민주주의의 대립물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극단적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미국에도 파시즘의 성향이 잠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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