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공 가운데 딱 한 개가 문제였다.
노히트 노런을 눈앞에 둔 커트 실링(41ㆍ보스턴)은 9회말 2사에 오클랜드 섀넌 스튜어트와 맞섰다. 포수 제이슨 배리텍은 슬라이더를 요구했지만 고개를 저은 실링은 바깥쪽 직구를 고집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탓일까 아니면 너무 긴장했을까. 초구 시속 93마일(약 151㎞)짜리 직구는 가운데로 몰렸고, 스튜어트는 기다렸다는 듯 우전안타를 쳐냈다.
생애 첫 노히트노런 달성에 실패한 실링은 후속타자 마크 엘리스는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자신의 통산 20번째 완봉승이자 3번째 1피안타 완봉승. 실링은 8일(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방문경기에서 9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보스턴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실링의 노히트노런을 무산시킨 스튜어트는 경기가 끝난 뒤 “바깥쪽 공을 노렸다”고 말했다. 실링이 앞선 세 타석에서 바깥쪽 직구를 초구로 던졌기 때문. 공교롭게도 실링은 이날 던진 공 가운데 가장 빠른 강속구를 던졌지만 결과는 가장 나빴다. 야구의 묘미란 이런 걸까.
시속 150㎞를 뛰어넘는 공은 얻어맞았지만 140㎞ 초반을 맴도는 공은 타자를 압도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낮게 찌르는 제구력이 강속구보다 오히려 더 큰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투수와 타자의 머리싸움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약점을 공략하는 실링의 심리를 역이용한 스튜어트의 공격도 빛났다.
지난 1988년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실링은 이날 승리로 시즌 6승2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213승 140패 평균자책점 3.44. 완봉승은 이번이 20번째로 역대 공동 244위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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