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지난 10년간 변신을 거듭해왔다. 럭키 금성에서 LG로 CI(기업 통합 이미지)를 바꾼 1995년 구본무 회장 체제의 출범이 변화의 전주곡이었다면, 외환위기는 그룹의 기본 틀을 바꾼 전환점이었던 동시에, 기업의 기초체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쓴 약이 됐다.
LG그룹은 환란 직후 반도체산업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사업구조조정, 국내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65억달러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지주회사 체제로의 선도적 전환 등 재무건전성과 경영투명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했다.
특히 LG는 2003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출자는 지주회사가 전담하고, 자회사는 출자에 대한 부담 없이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및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고유 사업에만 전념토록 하는 지배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또 지주회사 체제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2004년 LS그룹 및 2005년 GS그룹의 계열분리를 각각 단행했다. 1947년 창업 이래 57년간 단 한 차례의 잡음도 없이 이어졌던 구ㆍ허 양가의 동업경영체제를 아름답게 마감하는 한편,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로 그룹의 핵심사업영역을 재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수는 97년 53개에서 31개로 줄었지만, 매출은 61조원에서 지난해 85조원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의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사실 외환위기는 기업 지배구조 뿐 아니라 사업 영역에서도 ‘글로벌 LG’로 가는 전환점이었다. 비주력 사업의 매각 및 계열분리를 통해 불요불급한 잔가지를 쳐내고, 미래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LG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국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 LCD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99년 합작법인인 LG필립스LCD 출범으로 구체화한 이 사업은 글로벌 LG의 위상을 다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의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세계 최초로 7세대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시작된 LG의 통신서비스사업도 LG데이콤과 LG파워콤 인수를 통해 국내 통신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주력기업인 LG전자도 전 세계 120여 곳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비중이 80%에 달할 만큼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42인치 LCD TV, 가정용 에어컨, 휴대폰 등 11개 제품이 세계 일등 제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LG화학은 현대석유화학을 인수, 석유화학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2차 전지를 비롯해 정보전자 소재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LG는 2005년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정도 경영’을 실천해 ‘일등 LG’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 동안 현실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경기 침체로 LG필립스LCD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LG전자도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1분기 턴어라운드(반등) 조짐이 말해주듯,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지난 60년, 아니 최근의 10년 행보를 볼 때 LG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은 거의 없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창립 60주년기념사에서 “지금 우리는 지난 6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고객가치 선도경영으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자”고 역설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