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 발언을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 남발이나 여당에 유리한 언행 등으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크게 두 가지 점이 달라졌다. 과거 역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선관위가 취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총리에게 협조 요청을 보낸 정도였다.
선관위로부터 협조 공문을 직접 전달 받은 것은 노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런 탓인지 선관위 조치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도 훨씬 강도가 높았다. 역대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수긍한 것과 달리 노 대통령은 오히려 더 강경하게 대응하며 정국을 혼란으로 내몰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이 임박한 1996년 2월 이회창, 박찬종씨의 신한국당 영입을 발표하고, 3월에는 신한국당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격려 전화를 걸었다가 야당으로부터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각각 "정당 총재로서 직무", "당 총재의 내부 행위"라고 결론 내리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을 앞둔 2002년 2월 TV에 출연해 빈곤층 지원과 세금 감면 정책을 설명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또 같은 해 3월에는 한나라당의 국가 채무 400조원 주장에 대한 반박 신문 광고를 지시했다가 국무총리가 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 공문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2월 비서관 출신 총선 출마자들과의 오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2004년 3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회견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을 선거법(공무원선거중립의무) 위반으로 결론 짓고, 노 대통령에게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강경 발언을 이어갔고, 결국 야당 의원들이 의기투합 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빚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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