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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명예'와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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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명예'와 '영광'

입력
2007.06.0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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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미국 프로여자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이다. 어제 시작된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를 마무리함으로써 모든 자격을 갖추었다.

명예의 전당 입회를 위한 3대 요건 가운데 두 가지는 2004년에 채웠고, 이번에 남은 한 가지 '현역 10시즌, 매년 대회참가 10회 이상'을 완성했다. 이 대회가 올해 10번째이고, 1라운드를 마치면 대회 참가로 인정하는 것이 LPGA 규정이다. 그는 입회가 결정되자 "어려운 일이 먼저 이뤄졌을 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 1900년 미국에서 시작된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for Great Americans)은 위대한 업적으로 미국의 명예를 지킨 사람을 기리는 공간으로, 뉴욕시립대 기념관이 효시였다. 워싱턴, 링컨, 제퍼슨 등 역대 대통령을 위시해 1976년엔 카네기가 마지막으로 올랐다.

이들 102명의 기념관 형태로 돼 있으나 이후 재정적 어려움으로 선정이 중단돼 있다. 이를 본 따 대부분의 스포츠 단체는 물론 온갖 기관이 제각각 '전당'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에도 수십 가지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져 있다. LPGA 명예의 전당은 1967년 생겼다.

■ 100여년 전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honor'라는 단어 대신 'fame'을 쓴 것이 흥미롭다. 우리의 사전적 의미로 '명예'는 '자신의 도덕적ㆍ인격적 존엄에 대한 자각과 타인의 인정과 존경 및 칭찬'이라고 한다.

영광의 뜻도 함축한 'honor'에는 '도덕적ㆍ인격적 존엄에 대한 자각'의 의미가 부족했기 때문인 듯하다. 박세리가 2004년에 이미 모든 '영광'을 누리고 최고의 '인정과 칭찬'을 받았지만 3년의 성숙과 아픔을 거쳐 '명예'의 전당에 올랐기에 그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대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 반면 '천만달러의 소녀'로 한껏 영광을 누리던 미셸 위는 '미운 오리'로 불리며 '왕따' 처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성적이 부진해 남은 경기 참가가 불가능할 게 명백한 상황에서 부상을 이유로 기권해 경기를 무효화시켜 버렸다든지, 경기를 못할 정도로 손목을 다쳤다면서 곧바로 다음 대회를 위한 연습라운딩을 한 행동은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조심스러운 미국 언론이 "책임감 없다. 웃기는 일" 정도로 보도한다면 심각한 일이다. '영광'에 집착하려는 미셸 위의 모습과 대비해 박세리의 '명예'가 더욱 빛나 보인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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